
이르면 2027년에는 10분 이내에 고속 충전할 수 있는 전기차가 등장할 전망이다. 또 화재로부터 안전한 전기차 배터리 기술도 현실화하고 있다.
17일 배터리 시장 조사 기업인 SNE리서치가 주최한 '코리아 어드밴스드 배터리 컨퍼런스(KABC) 2025' 행사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이같은 차세대 배터리 기술을 소개했다.
이날 박병천 LG에너지솔루션 양극재 기술 담당은 "2027년 이후에 하이니켈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단결정 고전압 미드 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LMR(리튬망간리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각각 프리미엄, 스탠다드(보급형), 오퍼더블(중저가) 전기차 시장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밀도를 높인 하이니켈 NCMA와 실리콘 기반 흑연 음극재를 적용한 배터리로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 배터리는 고속 충전 토탈 솔루션을 적용한다.
박 담당은 "주행 거리가 800㎞, 1000㎞로 늘어나더라도 고객사들은 충전 시간은 똑같기를 원한다"며 "다음 세대 하이니켈 배터리는 10분 이내로 고속 충전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부터 니켈 94% 이상의 하이니켈 NCMA 양극재를 적용하고 있다.
스탠다드 전기차용으로는 고전압 단결정 미드 니켈(Mid-Ni) 배터리로 대응할 계획이다. 고전압 단결정 미드 니켈 배터리는 니켈과 코발트의 함량을 줄이고 망간의 비중을 늘린 양극재를 사용한다. 기존 하이니켈(4.2V)에 비해 높은 전압(4.4V)을 구현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열적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전압 단결정 미드니켈 배터리는 기존 하이니켈 배터리에 비해 25% 가격이 저렴해 내연 기관차와 패리티(Parity·등가)를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패리티란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이 같아지는 수준을 의미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고전압 단결정 미드니켈 배터리는 500번의 충·방전 이후에도 95%의 잔존수명(SOH)을 유지할 수 있다. 같은 조건에서 기존 하이니켈의 잔존 수명은 90% 수준이다. 또 가스 배출을 45% 줄일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저가 시장을 겨냥해 건식 전극을 적용한 LFP 배터리를 준비하고 있다. 박 담당은 "건식 전극은 NCM보다는 LFP에 우선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LFP 소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LMR 양극재도 개발하고 있다. LMR 배터리는 각형 폼펙터로 출시될 전망이다. LMR 배터리는 중국산 소재에 대한 규제가 강한 북미나 유럽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박 담당은 "LMR 배터리는 소재 개발의 완성도, 공급망 체계에 따라 스탠다드 전기차 혹은 중저가 전기차에 탑재될 수 있다"며 "아직 명확한 포지션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종찬 삼성SDI 상품기획팀 그룹장은 이날 자사 각형 배터리의 장점을 집중 소개했다.
각형은 알루미늄 캔을 사용하기 때문에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제작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제조사들도 각형 배터리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김 그룹장은 "각형 배터리의 크기와 높이를 늘리면 단일 셀에 더 많은 에너지 용량을 구현할 수 있다"며 "부품 수를 줄여 가격을 절감할 수 있고 무게당 에너지밀도도 향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형 배터리는 단단한 외장 케이스와 레이저 용접으로 구조적 안정성이 우수하다. 김 그룹장은 "10바의 압력도 견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각형 배터리는 배터리 내에 이상 가스가 발생하면 외부로 배출할 수 있는 벤트(vent)를 설치할 수 있기 때문에 화재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김 그룹장은 열폭주가 발생하지 않는 노(No)-TP(thermal propagation) 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삼성SDI는 니켈 함량 180암페어시(Ah) 용량의 니켈 함량 91% 하이니켈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팩을 이용한 화재 실험 장면을 공개했다. 특정 셀에서 온도가 1200도까지 상승했으나 벤트를 통해 가스가 배출되면서 더 이상 온도가 올라가지 않고 인접 셀의 폭발로 이어지지 않았다.
삼성SDI는 프리미엄, 볼륨(보급형) 엔트리(중저가) 3가지 전기차별로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 전기차는 700kWh 이상의 용량으로 단결정+다결정이 혼합한 하이니켈 NCA 양극재를 사용한다. 음극에는 자체 개발한 실리콘탄소복합체(SCN) 음극재를 적용한다. 보급형 전기차에는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 중저가 시장은 LFP 배터리로 대응할 계획이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