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고준위방폐물특별법)이 시행에 들어간다. 정부는 고준위 방폐물 관리위원회를 신설해 고준위 방폐장 부지 확보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시행령과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위원회 직제 시행령이 각각 의결됐다.
시행령은 특별법에서 위임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 수립, 관리시설 부지조사·선정 및 유치지역 지원,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주변 지역 의견 수렴 및 지원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산업부는 입법 예고, 원전 지역 설명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법제처 심사를 거쳐 시행령을 확정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기본 계획은 5년 주기로 30년간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고준위 방폐장)은 부지공모(지자체 신청), 부지조사, 주민투표 등의 절차를 거쳐 부지를 선정한다. 방폐장 유치 지역과 그 주변 지역에 대해서는 특별 지원금을 포함하는 지원계획을 수립한다.
주변 지역의 범위는 관리시설 부지 경계로부터 5km 이내의 육지 및 섬 지역을 관할하는 시·군·구로 하며, 관할 시·군·구가 둘 이상일 경우에는 면적, 인구 등을 고려해 특별 지원금을 배분하도록 했다.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부지 내 저장 시설)의 경우에도 의견수렴 및 지원의 대상이 되는 주변 지역의 범위는 저장시설 설치지점으로부터 5km 이내의 육지 및 섬 지역을 관할하는 시·군·구로 설정되며 관할 시·군·구가 둘 이상일 경우에는 면적, 인구 등을 고려해 지원금을 배분한다.

고준위 방폐장 확보를 위해 국무총리실 소속 관리위원회도 신설한다. 관리위원회는 5년의 존속기간 이내에 정부조직법상 중앙행정기관으로 변경을 검토할 계획이다. 관리위원회는 위원장 1명, 상임위원 1명을 포함한 9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위원회 사무처에는 사무처장 1명과 하부 조직으로 기획소통과, 부지선정과, 기반조성과를 둔다. 위원회 정원은 35명이다. 고준위 방폐장 유치 지역 지원을 위한 유치지역지원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도 설치한다.
현재 사용후 핵연료 등 고준위 방폐물은 원전 내 저장 시설에 임시 저장돼 있다. 임시 저장시설은 2030년 한빛원전을 시작으로 2031년 한울원전, 2032년 고리원전 순으로 포화할 예정이어서 고준위 방폐장 건설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는 그동안 9번에 걸쳐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에 나섰으나 모두 실패했다.
원전 내 임시 저장 방식으로는 습식과 건식이 있다. 습식 저장은 사용후 핵연료를 수조 속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냉각재인 물이 방사선을 차폐하는 역할도 겸한다. 건식 저장은 금속이나 콘크리트 용기에 사용후 핵연료를 담아 방사선을 차폐한 뒤 자연 냉각하는 방식이다.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시행으로 추진 기구와 보상책이 마련되면서 중간 저장시설과 영구 처분 부지 확보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중간 저장시설은 고준위 방폐물을 영구 처분 전까지 일정 기간 관리하면서 열과 방사능을 감소시키는 시설이다. 이에 비해 처분 시설은 고준위 방폐물을 인간의 생활권으로부터 영구 격리하기 위해 지하 깊은 곳(약 500m 이상)의 안정한 지층 구조에 저장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2050년까지 중간 저장 시설, 2060년까지 영구 처분 시설을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에서는 원전 부지 내에 건식 저장시설을 설치할 때도 원전 지역 의견을 수렴하고 지원 방안을 수립할 것을 의무화했다. 또 중간저장시설을 준공할 때는 부지 내 저장시설에 있는 사용후 핵연료를 즉시 반출하고 부지 내 저장시설에 타 원전 사용후 핵연료를 반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은 또한 처분 시설의 건설·운영에 필요한 기술 개발 및 실증을 위해 지하연구시설(URL)을 건설하도록 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2024년 말 연구용 지하시설 건설 부지로 태백시를 선정한 바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핀란드는 2026년에 세계 최초로 고준위 방폐장을 운영할 예정이며, 스웨덴과 프랑스도 부지를 선정해 후속 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며 "26일 고준위 특별법이 차질 없이 시행되게 됨으로써 과학적이고 민주적인 절차에 따른 고준위 방폐장 확보를 위한 첫걸음을 떼게 되었다"고 말했다.
강희종 에너지 스페셜리스트 mindl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