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최고 부자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필두로 한 상위 12명의 자산 합계가 하위 50%에 해당하는 40억명의 자산보다 많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세계에서 10억달러(약 1조4700억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억만장자 수는 사상 처음으로 3000명을 넘어섰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18일(현지시간) ‘다보스포럼’으로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 개막에 맞춰 공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세계 억만장자들의 총 재산이 전년보다 16.2% 늘어난 18조3000억달러(약 2경7000조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세계경제포럼(WEF) 개막을 하루 앞둔 18일(현지시간) WEF가 열리는 스위스 다보스 도심에 세계 최고 부자들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왼쪽부터),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얼굴 사진과 ‘다보스의 억만장자들에게: 입 다물고 세금이나 내라’는 문구를 담은 게시판이 설치돼 있다. 다보스=AFP연합뉴스 억만장자의 재산 증식에는 규제 완화, 법인세 인상에 관한 국제적 합의 약화 등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정책이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직전 5년간 연평균 증가율보다 세 배 더 빠르게 불어났다. 그러나 세계 인구 4명 중 1명은 여전히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무엇보다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는 인간의 권리와 정치적 자유를 후퇴시키는 동시에 권위주의가 자라날 토양을 제공한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조사 결과 불평등 수준이 높은 국가는 평등한 국가에 비해 민주주의가 후퇴할 가능성이 7배나 높았다.
막대한 부는 정치권력으로 이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옥스팜은 억만장자가 일반 시민보다 공직에 오를 확률이 4000배 높다고 추정했다. 66개국을 대상으로 한 세계 가치관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자국에서 부자들이 종종 선거를 매수한다고 답했다.
아미타브 베하르 옥스팜 사무총장은 “경제·정치적 불평등이 국민의 권리와 안전을 침식하는 속도는 놀랍다”며 “정부는 부유층이 아닌 국민의 요구에 귀 기울이고 양질의 의료, 기후변화 대응, 공정한 조세 제도 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다보스포럼은 ‘대화의 정신’을 주제로 19일부터 23일까지 열리며 세계 무역·투자 활성화 방안, 신성장 동력 발굴 등이 논의된다. 70여개국 정상 및 고위 관료가 참석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6년 만에 최대 규모의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직접 참석해 연설에 나선다. 처음 다보스포럼에 등장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포함해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등 글로벌 기업인 800여명도 모인다.
윤선영 기자 sunnyday70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