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戰 번지는 그린란드 갈등… 북대서양 동맹 붕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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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戰 번지는 그린란드 갈등… 북대서양 동맹 붕괴 되나
EU, 美 위협에 맞불 제재 ‘中 견제용’ ACI, 美에 첫 발동 땐 대미 서비스·투자·금융 무역 제한 유럽, 美의 최대 수출·무역파트너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 ‘압박’ 가능 베선트 “美의 안보 우산 필요성 유럽 지도자들 깨닫게 될 것” 위협 군사 동맹 철회 카드 검토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덴마크령 그린란드 합병 의지를 노골화하자 유럽 국가들이 반격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합병에 반대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관세’라는 무역 관련 카드를 꺼낸 만큼 일단 유럽도 무역제재 수단으로 맞설 태세다. 실제 실행이 이뤄지면 동맹 간 관세전쟁을 벌이는 것이 되며 세계 교역 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향후 미국의 위협이 안보와 관련한 국면으로 넘어갈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붕괴 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이 프랑스 엘리제궁 소식통 등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그란란드 합병 위협에 대응해 유럽 국가들이 집중 논의하고 있는 대처 방안은 유럽연합(EU) 차원의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발동과 대규모 보복관세 부과 등이다.
그린란드서 훈련하는 덴마크 군인들 덴마크 군인들이 18일(현지시간) 그린란드에서 실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드러내자 덴마크와 유럽 주요국은 병력을 파견했고,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로 압박, 유럽이 다시 반격을 검토하며 양측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덴마크 국방부 제공, UPI연합뉴스 ACI는 EU나 회원국을 경제적으로 위협하는 제3국에 서비스, 외국인 직접투자, 금융 시장, 공공 조달, 지식재산권 등의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로 국제무역 시장에서 중국의 급부상 속 유럽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2023년 마련됐지만, 정작 유럽의 가장 가까운 동맹으로 꼽히는 미국을 대상으로 첫 발동이 논의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은 최근 그린란드 합병 관련 위협과 이에 대응하는 유럽 8개국에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는 일’로 보고 있으며, 지난해 7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타결한 미·EU 무역 합의의 유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ACI가 발동되면 유럽은 법이 규정하는 테두리 안에서 더 적극적으로 미국에 대한 무역과 투자 등에 제한을 가할 수 있다. 유럽 국가들은 이와 별도로 930억유로(약 159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보복관세 부과 논의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해 미국과 무역협상 당시 EU가 협상 파국을 대비해 작성한 목록을 기준으로 해 관세 부과가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국에도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조치다. 미국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가 여전히 유럽이기 때문이다. 미국 인구조사국이 집계한 2025년 1∼10월 미국 무역규모 통계를 보면 수입과 수출을 합친 무역 총액에서 EU는 8849억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7312억달러), 캐나다(6067억달러)와의 무역규모를 넘어서고, 글로벌 무역시장 ‘빅2’로 꼽히는 중국(3572억달러)보다는 2배 이상 많다. 수출액으로만 한정해도 EU는 3470억달러로 미국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이다.

이 같은 무역 관련 대응 본격화는 19일부터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유럽 정상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때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조치의 측면도 존재한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경제 상황에 극도로 예민한 만큼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EU 외교관은 “(트럼프가) 이런 마피아 같은 방식을 계속 쓴다면 분명한 보복수단이 있다”며 “이는 채찍과 당근”이라고 밝혔다.
유럽의 대응은 그린란드 관련 갈등을 안보가 아닌 무역갈등 프레임 안에 가두려는 의도도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린란드 관련 갈등이 본격화된 뒤 유럽 내 싱크탱크들은 현 국면이 안보나 나토 협력 관련된 내용으로 번지지 않도록, 최대한 무역과 경제 프레임 안에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지난 14일 키프로스 방문 자리에서 “EU는 북극 안보 강화를 위해 미국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며 이번 갈등이 안보 프레임으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나 유럽의 의도대로 국면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미국의 군사적 우위에 대한 자신감에 기반한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의 발언이 속속 나오고 있어서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이날 미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린란드 합병 추진이 미국의 골든돔(미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망) 구축 구상과 북극 지역 안보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하면서 “미국이 지원을 끊는다면 우크라이나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모든 것이 붕괴할 것”이라 말했다.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안전보장 철회 등 군사적 수단을 언제든 쓸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어 미국과 갈등이 깊어질수록 대응에 나선 유럽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유럽이 무역 부문 반격으로 강경하게 대응할 필요성이 당국자 및 전문가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며 “그러나 유럽이 나토에서, 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에 의존하고 있기에 (반격은) 유럽의 경제와 안보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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