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바이올린 소리 속 영면”...윤정희, 어느덧 3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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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바이올린 소리 속 영면”...윤정희, 어느덧 3주기
윤정희. 사진ㅣ영화 ‘시’ 스틸컷
[스포츠서울 | 위수정 기자] 배우 윤정희가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흘렀다. 한국 영화사에 깊은 흔적을 남긴 그의 이름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선명하다.

윤정희는 지난 2023년 1월 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알츠하이머 투병 끝에 별세했다. 향년 78세(만 79세). 고인의 남편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백건우는 당시 부고를 통해 “딸의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며 꿈꾸듯 편안한 얼굴로 세상을 떠났다”고 전해 깊은 울림을 남겼다. 장례는 고인의 뜻에 따라 파리에서 가족과 지인들만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치러졌다.

1944년생인 고 윤정희의 삶은 그녀가 출연했던 300여 편의 영화보다 더 극적이었다. 1967년 영화 ‘청춘극장’의 신인 배우 오디션에서 1,200대 1의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뚫고 혜성처럼 데뷔한 그는 문희, 남정임과 함께 ‘1세대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열며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스크린 밖의 삶 또한 파란만장했다. 1976년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결혼해 예술가 부부로 동행을 시작했으나, 이듬해인 1977년 유고슬라비아 자그레브에서 북한으로 납치될 뻔한 충격적인 사건을 겪기도 했다. 당시 갓난아기였던 딸과 함께 미국 영사관으로 긴급히 피신해 위기를 모면했던 일화는 지금까지도 한국 연예사의 가장 아찔했던 순간 중 하나로 회자된다.

이후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는 고인의 배우 인생에 정점을 찍은 작품이자 예견된 슬픔이 되었다. 16년 만의 복귀작인 이 영화에서 그녀는 알츠하이머 초기 진단을 받고 시를 쓰며 고통을 승화하는 주인공 ‘미자’를 연기했다.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으며 LA비평가협회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건재함을 과시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촬영 당시 실제 고인 역시 알츠하이머 증세가 시작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대중의 가슴을 울렸다.

말년에는 안타까운 잡음도 있었다. 투병 중이던 고인을 두고 친동생들이 남편 백건우와 딸을 상대로 성년후견인 지위 이의 신청을 제기하며 법적 분쟁이 불거진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 법원이 백건우 측의 손을 들어주며 논란은 일단락되었고, 고인은 남편과 딸의 보살핌 속에 파리의 하늘 아래서 눈을 감았다.

wsj011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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