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대중은 왜 무법자에게서 영웅을 보았을까…‘보니 앤 클라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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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대중은 왜 무법자에게서 영웅을 보았을까…‘보니 앤 클라이드’
“정해진 길만 갈 수 없잖아. 밟아, 더 밟아. 세상 저 끝까지.”(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 대사 중)

장례식장에 2만 명이 모였다. 1934년 5월, 경찰이 쏜 수 백발의 총탄에 쓰러진 범죄자 커플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이드는 관객에게 묻는다. 절망의 시대, 대중은 왜 무법자에게서 영웅을 보았을까.

1932년 대공황기의 텍사스. 웨이트리스 보니는 영화 같은 삶을 꿈꾼다. 클라이드는 가난을 벗어나 악명으로라도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한다. 도주 중이던 클라이드는 우연히 보니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체포와 탈옥이 반복되고 둘은 결국 함께 도주를 택한다. 멋진 옷을 입고 고급 자동차를 몰던 젊은 커플의 범죄는 점점 대담해지고 언론은 이들을 서부극 주인공처럼 그려냈다. 여러 주를 넘나들며 도주하던 두 사람에게 텍사스 주는 추격대를 보냈고, 포위망은 좁혀진다.

1929년 증권거래소 붕괴 이후 미국은 10년간 최악의 불황을 겪었다. 1933년 산업 생산이 1929년 대비 절반 가까이 줄고 실업률은 약 25%까지 치솟았다. 4명 중 1명이 직장을 잃던 시절, 금융기관까지 줄줄이 도산하면서 시민들은 주택과 예금을 잃었다. 불신과 불안 속에서 법과 권위에 저항하는 무법자들은 억압받는 민중의 대리 만족이 됐다. FBI가 공공의 적으로 지정한 보니와 클라이드가 역설적으로 일부 대중에게 영웅화된 이유다.

보니 역의 옥주현은 19세 순진한 웨이트리스에서 은행강도·차량절도·살해 등 범죄자로의 변신을 설득력 있게 그린다. 꿈을 노래하는 신에서 발랄하고 청량했던 목소리가 클라이드와 동반을 결심한 이후 단단한 중저음으로 바뀌며 캐릭터의 변화를 음성만으로 보여준다. 클라이드 역의 윤현민은 거친 무법자이면서도 내면은 상처받기 쉬운 인물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21살의 치기와 무모함으로 뭉쳐진 클라이드가 보니 앞에서 무너지는 순간 대비가 선명하다.

아쉬운 점도 있다. 작품은 보니와 클라이드가 대중에게 영웅화되는 과정을 다루지만 정작 그 메커니즘을 충분히 파고들지 못한다. 왜 절망한 민중이 범죄자에게서 희망을 봤는지, 언론은 어떻게 이들을 낭만화했는지에 대한 분석이 피상적이다. 신문 헤드라인 몇 장면으로 압축하기엔 이 질문이 너무 중요하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의미 있는 건 역사적 사실을 통해 오늘을 비추기 때문이다. 경제 위기 속 대중이 반권위 상징에 열광하는 현상은 90년 전이나 지금이나 반복된다.

범죄를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최근 간담회에서 “시대가 악인을 만들 수 있지만 결국 본인이 선택의 책임을 지게 된다”는 취지로 설명한 바 있다. 실화 기반 서사와 도주극의 속도감을 좋아하는 관객에게 추천한다.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오는 3월22일까지 공연된다. 뮤지컬 '보니 앤 클라인드'에서 '보니' 역엔 조형균·윤현민·배나라가, '클라이드' 역엔 옥주현·이봄소리·홍금비, '벅' 역 김찬호·조성윤 등이 출연한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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