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공생을 향한 외침… 고요한 듯 역동적인 식물의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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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공생을 향한 외침… 고요한 듯 역동적인 식물의 생태계
뿌리 왕국/ 데이비드 스펜서/ 배명자 옮김/ 흐름출판/ 2만2000원

‘동물의 세계’가 약육강식과 치열한 경쟁, 활발한 이동성을 상징한다면, ‘식물의 세계’는 그 반대의 이미지인 평온함과 안식, 한곳에 뿌리내린 우직함 등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소리 없이 조용한 식물들 사이에서도 화학적 신호에 기반한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 식물은 번성과 확산을 위해 수분의 매개체가 되는 곤충이나 동물들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도록 조종하는 책략을 구사한다. 예컨대 거울난초는 수분을 위해 수컷 칼말벌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우선 휘발성 유기화합물로 수컷 칼말벌의 감각을 흐리게 해 꽃인지 실제 벌인지 알아차리지 못하게 한 뒤, 암컷 칼말벌의 색상과 털의 촉감까지 그대로 모방해 수컷 칼말벌이 거울난초 꽃에 내려앉도록 유인한다. 이 과정에서 동물의 왕국에만 존재하는 성적 유인 물질인 가짜 페로몬까지 방출한다.
데이비드 스펜서/배명자 옮김/흐름출판/2만2000원 그뿐만이 아니다. 식물의 뿌리는 자기 종족을 인식하고 종족을 위해 자신의 개별 성장을 줄여 희생하는 전략을 펼치기도 한다. 마치 식물이 지능(또는 신경망)을 가진 듯 행동하는 것인데, 이에 이를 연구하는 ‘식물신경생물학’이 탄생하기도 했다.

독일 식물학계의 떠오르는 신진 학자인 저자는 이러한 식물에 주목했다. 지구라는 생태계를 공유하고 있는 거대한 두 집단인 인간과 식물 사이의 공진화(여러 개의 종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진화하는 것) 역사를 안내하고,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한계 위기’에 봉착한 지구를 지속 가능하게 보존하는 방법으로서 ‘식물로부터 배우기’를 제안한다. 저자는 식물의 놀라운 생태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품종 개량의 기초라 할 수 있는 멘델의 유전법칙에서부터 ‘크리스퍼-캐스’라는 최신 유전자가위에 대한 이야기까지 인간이 식물을 길들여온 역사도 이야기한다. 이러한 역사는 대체로 식량 증산, 품종의 다양화 등 인간의 이익만을 충실히 달성하기 위한 행위로 가득한데, 그것이 과연 옳은 방향인지에 대해선 책 곳곳에서 지속적으로 의문을 제시한다.

또한 저자는 오늘날 인류에게 그 어느 때보다 식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식량 문제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에너지, 주거, 의료에서부터 기후변화 문제를 타계할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식물로부터의 배움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또다시 식물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다. 식물은 필요한 만큼만 소비하고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 그들은 선조가 남긴 것으로 살아간다.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성장하고, 태양을 향해 펼쳐진 돛의 방향을 역동적으로 최적화하고, 서로 물질과 정보를 교환한다. 이런 적응력은 진화로부터 받은 보상이다. 진화는 특히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장려하고, 오늘날 우리가 사랑하고 연구하는 다채로운 생물 다양성을 만들어냈다. ”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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