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일 만에 땅으로’ 해고된 호텔 요리사 “이제 호텔 안에서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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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여일 만에 땅으로’ 해고된 호텔 요리사 “이제 호텔 안에서 싸운다”
세종호텔서 20년 일하고 잘린 요리사 10m 높이 철골 구조물 고공농성 336일 만에 중단…노사 7차교섭 노조 “복직안 없어” 반발하며 로비 연좌 시위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 복직을 요구하며 지상 10m 높이 구조물에서 벌여 온 고공농성이 300여일 만에 끝났다. 이로써 전국 장기 고공농성이 모두 일단락됐다. 다시 땅을 밟은 고진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장은 지상에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16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와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에 따르면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철골 구조물 위에서 336일 동안 진행됐던 고공농성은 14일 종료됐다. 고 지부장은 지난해 2월13일 지하차도 진입 구간에 설치된 10m 높이 구조물에 올라갔다. 그는 세종호텔 요리사로 20여년을 일했다. 2001년 11월 입사해 2021년 12월 해고됐다. 회사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이유로 고 지부장을 포함한 직원 15명을 해고했다. 고 지부장은 이후 4년 동안 해고자 복직 투쟁을 했다.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의 복직을 요구하며 336일 째 고공농성 중인 고진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세종호텔지부장이 14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 앞 공공농성장에서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지상으로 내려오고 있다. 뉴스1 부당해고를 인정받기 위해 제기한 소송에서 2024년 최종적으로 사측의 해고가 정당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노조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호텔 경영 상황이 개선된 만큼 복직이 이뤄져야 하며, 해고 통보를 받았을 당시 회사 측이 주장한 경영 악화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해왔다. 대법원 판단 이후 구제받을 길이 막힌 고 지부장은 해고 철회를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고 지부장은 구조물에 오른 이후 매일 북을 쳤다. 세종호텔지부는 “고 지부장은 ‘여기 사람이 있다’를 알리고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차별받고 노동권을 박탈당하고, 죽어 나가는 상태를 알렸다”며 “주명건 (세종대 명예이사장)과 세종호텔 오세인은 오판하지 말아야 한다. 고공농성을 해제한다고 해서 투쟁은 끝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공농성 중단 이유로는 “고공농성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당분간 뚜렷한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고, 고 지부장의 건강 회복과 지속가능한 투쟁을 위해 농성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고공농성을 중단한 14일 고 지부장은 회사 측과의 7차 노사교섭에 참여해 협상에 나섰다. 지난해 9월 노사교섭이 재개됐다. 하지만 합의안 도출은 더디다. 세종호텔 공대위는 이날 합의안 대신 위로금을 제안한 회사 측에 반발하며 호텔 로비에서 연좌시위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호텔 정문에 ‘다음 교섭에 진짜 사장 주명건이 참여하라’, ‘교섭 장소는 세종호텔로 한다’는 요구사항이 적힌 대자보를 붙였다. 앞서 세종대 학교법인 대양학원 이사회는 호텔 측에 복직안 마련을 주문했으나 호텔 측은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복직 대신 위로금과 같은 보상안을 제시해 왔다.

소진영 기자 s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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