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법의 이름으로 권력을 제어하다…'법 앞의 평등'은 선언이 아니라 기준이다

글자 크기
[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법의 이름으로 권력을 제어하다…'법 앞의 평등'은 선언이 아니라 기준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 방해 등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 판결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지만, 이번 선고의 본질은 개인의 처벌 여부를 넘어 권력이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를 법이 분명히 했다는 데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는 판결문에서 “누구보다 헌법을 수호하고 법질서를 준수할 의무가 있는 대통령이 절차적 요건을 경시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지위는 면책의 근거가 아니라 책임의 무게를 더하는 자리임을 분명히 한 판단이다. 특검이 징역 10년을 구형한 가운데, 법원은 징역 5년을 선고하며 죄질의 중대성과 형사 책임의 균형을 함께 고려했다.

이번 판결이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공권력의 사유화와 절차 무시에 대해 명확한 선을 그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대통령경호처 인력을 동원해 공수처의 적법한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행위를 특수공무집행방해로 인정했다. 국가에 충성해야 할 공무 조직을 개인의 신분 방어를 위해 활용한 행위는 민주국가의 기본 질서를 훼손하는 중대한 위법이라는 판단이다.

비상계엄과 관련한 판단 역시 의미가 크다. 재판부는 국무회의의 ‘외관’만 갖추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한 행위를 명백한 심의권 침해로 봤다. 국무회의는 형식이 아니라 헌법이 설계한 통제 장치다. 전원에게 소집을 통지하지 않은 채 계엄을 강행한 것은 정책적 판단의 문제가 아니라 헌정 질서를 우회한 절차 위반임을 법원이 분명히 한 것이다. 사후에 허위 계엄 선포문을 작성·폐기한 행위 역시 절차적 하자를 은폐하려 한 시도로 판단됐다.

공수처 수사권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법원은 명확한 결론을 내렸다. 공수처는 대통령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수사할 권한이 있으며, 그 과정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가 드러난 것은 관련 범죄로서 수사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그간 제기돼 온 ‘불법 수사·불법 기소’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는 수사기관의 정당성과 사법 절차의 연속성을 인정한 판단이다.

이번 선고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윤 전 대통령은 현재 여러 건의 재판 가운데 첫 사법 판단을 받았을 뿐이며, 체포 방해 사건 외에도 앞으로 다수의 재판과 선고를 앞두고 있다. 특히 12·3 비상계엄과 관련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은 다음 달 19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특검이 사형을 구형한 이 사건은 이번 사태의 ‘본류’에 해당한다. 이번 판결은 향후 이어질 사법 판단의 기준선이 어디에 놓일지를 가늠하게 하는 출발점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이 정치적 유불리를 가르는 정쟁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대한민국이 법치국가로서 스스로에게 부과한 시험이다. 권력의 크기나 지위가 아니라, 헌법과 법 앞에서의 평등이라는 단 하나의 잣대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법은 선언이 아니라 기준이어야 한다. 이번 판결은 그 기준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남은 재판들 역시 같은 원칙 위에서 엄정하게 진행돼야 한다. 그것이 이번 선고가 우리 사회에 던진 가장 분명한 메시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범인도피교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윤석열 전 대통령이 1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범인도피교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