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1야당 입헌민주당과 제3야당 공명당이 다음달 조기 총선에 신당을 결성해 대응하기로 하면서 집권 자민당 내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6년간 자민당과 연대해왔던 공명당의 끈끈한 조직표가 이탈하면 지역구에 따라서는 당락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16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자민당 오노데라 이쓰노리 세제조사회장은 전날 야권 신당 출범과 관련해 “접전 지역구에서는 적지 않게 영향이 있다”며 당혹감을 표출했다. 공명당은 지역구마다 1만∼2만표가량의 지지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표가 기존 자민·공명 선거연대 때처럼 자민당 후보에게 흐르지 않고 입헌민주당 후보에게 갈 경우 당락이 뒤집히는 지역구가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P연합뉴스 요미우리가 2024년 10월 중의원(하원) 선거 결과를 토대로 계산을 했더니, 공명당 표가 100% 움직인다면 최소 30개 지역구에서 입헌민주당 후보가 자민당 후보에게 역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주로 도쿄도, 가나가와현, 지바현, 사이타마현 등 수도권 1도3현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중의원 해산 방침을 굳히자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은 중도세력 결집을 목표로 신당을 창당해 조기 총선에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다음달 8일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 단일 명부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비례대표에서는 공명당을 우대하는 대신 공명당은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고 입헌민주당 후보를 지원할 전망이다.
신당은 일단 중의원에만 국한되며 ‘여소야대’인 참의원(상원) 의원들은 당분간 기존 정당에 속한 채 활동하게 된다. 양당은 신당 이름을 ‘중도개혁연합’으로 정하고 16일 오후 창당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NHK방송은 전했다.
총 465석인 중의원에서 입헌민주당은 148석, 공명당은 24석을 갖고 있다. 두 정당의 의석수 합계는 172석으로 자민당의 199석에는 다소 못 미친다. 자민당은 34석을 가진 일본유신회와 연정을 꾸리고 있다.
다만 신당 창당을 두고 ‘선거용 야합’이라는 비판도 나오는 만큼 파괴력이 그다지 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민당 고위관계자는 “중의원 선거 직전에 중의원만의 신당을 만든다는 것은 선거 목적의 야합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지적했고, 한 중진 의원은 “(지지율이) 하락하는 당끼리 힘을 합쳐 봐야 유권자의 기대가 확산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