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을 방문 중인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와 핵심광물 관련 포고문을 잇달아 서명한 데 따라 향후 파급 효과를 점검하기 위해 귀국 일정을 하루 연기했다.
여 본부장은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유니온역에서 취재진과 만나 "새롭게 반도체와 핵심광물 관련 행정명령이 발표됐다"며 "하루 더 (워싱턴에) 머무르면서 진상 파악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당초 그는 이날 뉴욕으로 이동해 밤 비행기를 타고 귀국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변경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반도체 관세 포고문의 한국 기업 영향과 관련해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지금 섣불리 말하기는 어렵다"며 "산업부 본부와 업계가 함께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현지에서 추가로 파악하고 만날 대상이 있는지 보기 위해 하루 더 있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수입된 뒤 제3국으로 재수출되는 반도체 칩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이는 엔비디아의 'H200'과 같은 AI 가속용 반도체 등이 주요 대상으로, 미 상무부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반도체 수입이 미국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에 따른 조치다.
백악관은 팩트시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에 반도체 및 파생 제품의 미국 내 제조를 유도하기 위해 더 광범위한 수입 관세를 부과할 수 있으며 이에 상응하는 관세 상쇄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별도의 포고문을 통해 핵심광물 수입 구조를 미국 안보에 부합하도록 조정하기 위해 교역 대상국들과의 협상을 지시했다. 협상 결과에 따라 특정 핵심광물에 최소 수입가격을 설정하는 등의 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편, 여 본부장은 이번 방미 기간 중 미 의회·정부·업계를 상대로 디지털 입법과 한미 관세협상 후속 이행을 설명하는 대대적 아웃리치를 전개했다.
그는 워싱턴DC에 머물며 연방 상·하원 의원(앤디 킴, 빌 해거티, 데이브 맥코믹, 토드 영, 에이드리언 스미스, 대럴 아이사, 루디 야킴)과 서비스·ICT 업계·협회, CSIS·PIIE 등 싱크탱크, 이어 제이미슨 그리어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 및 러셀 바우트 백악관 관리예산실(OMB) 국장 등을 잇달아 만나 현안을 조율했다.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디지털 서비스 법제 방향이 미국 기업에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미측이 표출해 온 만큼, 여 본부장은 해당 입법 과정의 배경과 절차, 미국 기업과의 협의 의지를 집중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 및 업계는 한국 정부의 설명에 사의를 표하면서도, 지난해 11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 설명자료에서 명시된 '미국 기업에 대한 불필요한 장벽 방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및 투명한 입법 절차를 주문하며 향후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미 의회 인사들은 최근 한국 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 대해서도 질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관련 기관이 법령에 따라 조사를 진행 중이며, 이를 한미 간 통상·외교 현안으로 확장해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여 본부장은 또 그리어 대표와의 면담에서 한미 관세협상 후속 이행을 점검했다. 양측은 비관세 분야 합의 이행 현황을 공유했으며, 특히 여 본부장은 국제경제긴급권한법(IEEPA) 관련 미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황에서 한국이 다른 국가 대비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우트 국장과의 면담에서는 조선 등 전략 산업 분야에서 한미 간 투자 협력 확대 방안이 논의됐다. 미국 내 산업육성정책과 한국 기업의 현지 투자 확대 흐름이 맞물리는 만큼, 향후 통상·산업·안보 라인의 결합 협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종=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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