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개인 고객이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현찰 기준)한 금액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총 4억881만달러로 집계됐다.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이 기간 일평균 환전액은 2290만달러로 지난해 1∼11월 일평균 환전액(1043만달러)의 두 배를 훌쩍 넘었다. 지난달 24일은 외환당국이 기업과 금융기관의 재무 건전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연말 환율 종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강도 높은 구두 개입에 나선 날이다. 그 무렵 국민연금의 본격적인 전략적 환 헤지도 예고됐다.
당일 환율은 하루 만에 33.8원 급락했다. 같은 달 29일까지 사흘 연속 내려 1480원대에서 1420원대까지 가파르게 떨어졌다.
개인 투자자들은 달러 저가 매수에 나섰다. 지난달 24일 하루 5대 은행에서 개인이 원화를 달러로 환전한 금액은 6304만달러에 달했다. 평소 일주일치에 가까운 환전 규모였다. 일부 시중은행 지점에서 100달러짜리 달러 지폐가 소진됐다는 안내문이 나붙기도 했다.
이런 달러 환전 수요는 올해 들어 10거래일 연속 환율이 오르며 다시 1480원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도 크게 잦아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하루 5대 은행에서 개인이 원화를 달러로 환전한 금액은 1744만달러로, 지난해 1∼11월 일평균 환전액(1043만달러)보다 여전히 70% 가까이 많았다.
반면, 5대 은행에서 개인이 달러화를 원화로 환전한 금액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총 9031만달러에 그쳤다. 일평균 환전액도 430만달러로 크지 않았다.
단순 계산하면 달러 수요가 원화 수요의 5배를 넘을 정도로 수급에 쏠림이 심했던 셈이다.
1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연합 외환당국의 총력 대응이 무색하게 많은 투자자가 달러를 사들이는 것은 그만큼 환율 추가 상승 기대가 매우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환율은 올해 들어 전날까지 열흘째 하루도 빠짐없이 상승해 지난달 24일 이후 최고인 1470원 후반대까지 뛰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고환율 장기화를 점치는 분위기가 짙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환율이 연간 1450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상반기가 1470원 정도로 하반기보다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대외 요인이 원화에 불리하게 전개될 경우 1480원을 넘을 수 있다”며 “환율 저항선이 무의미해지는 순간 오버슈팅이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의 구두 개입에 달러·원 환율이 뉴욕 장에서 급락하며 1464원에서 마감했다. 뉴욕 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서울 외환 시장 종가 대비 9.7원 내린 1464원에 거래를 마치며 10거래일 만에 하락으로 마감했다. 이번 장 주간 거래 종가 1477.50원 대비로는 13.5원 급락했다.
미국 재무부는 베선트 장관이 지난 12일 워싱턴 D.C.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만나 최근 원화 가치 하락 문제를 얘기했다고 전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