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 폭행 등 ‘특이 민원’이 빈발하는 부처로 꼽히는 고용노동부가 지난달 홈페이지 개편작업을 거쳐 직원 이름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노동부는 특이 민원으로부터 근로감독관을 보호하겠다는 내용의 행정 혁신 방안도 14일 발표했다. 다만 최근 쿠팡 사태에서 근로감독관 일부가 식사 대접을 받는 등 일탈 사례가 드러나 노동부는 ‘보호’와 ‘규제’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이다.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뉴스1 노동부는 그동안 홈페이지에 과장급 이상은 이름, 그 이하 직원은 성(姓)만 공개해 왔다. 원래는 전 직원 이름을 공개하다가 2024년 8월부터 성 공개로 바꾼 것인데, 발단이 된 건 2024년 3월 김포시 공무원 자살 사건이었다. 이를 계기로 행정안전부는 ‘전자정부 웹사이트 품질관리 지침’ 품질진단 기준에 ‘직원 이름’을 제외했다. 홈페이지에 직원 실명을 공개하지 않아도 홈페이지 평가에 불이익이 없게 한 것이다. 각 부처와 지자체는 소속 직원 이름을 비공개, 또는 성 공개로 돌렸다. 과장급 이상은 공개 방침을 유지해 오던 노동부는 지난달 국회 여당 의원실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당시 노동부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해양수산부가 직원 이름을 공개하고 있었다. 노동부는 국회 지적을 수용해 비공개로 개편했다. 문체부와 해수부도 현재는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노동부는 민원이 많기로 유명한 부처다.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실에 따르면 202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노동부에 접수된 민원 건수는 1억1844만건에 달한다. 민원인으로부터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으로 피소된 건수는 같은 기간 419건이다. 지난해 9월에는 50대 민원인이 노동부에 방화를 시도하다 현행범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노동부는 이날 근로감독관 명칭을 ‘노동감독관’으로 바꾸고, 행정 체계를 개편하는 안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감독관이 특이 민원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보호·지원 규정을 명문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폭언·폭행 등을 당할 때 제지하거나 녹음·녹화 등 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만든다. 동시에 일례로 신고인이 동일 내용 신고를 정당한 사유 없이 3회 이상 반복한 경우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근로 의욕을 끌어올리는 데도 힘쓴다. 임금체불 청산 등 큰 성과를 달성한 경우 포상금을 지급하고, 팀 협업으로 성과를 내면 팀원 전체에 개별적으로 포상금 지급 추진을 검토한다. ‘올해의 감독팀’에는 5급 특별승진 서류심사 시 가점을 부여하고, 이달 중 ‘공인전문인증제’를 만들어 직원 중 전문성을 갖춘 현장실무 전문가를 선발한다. 인증을 받으면 감독관 멘토로 활동할 수 있고, 외부 강의 등도 지원받는다.
이 같은 ‘당근책’에 더해 감독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도 공개됐다. 감독관이 퇴직한 뒤 3년 내 감독 대상 사업장에 재취업할 시에는 취업 심사를 받도록 법을 바꿀 계획이다. 감독관이 업무 중 관련자와 사적으로 만날 때는 반드시 신고하고, 이를 어길 시 가하는 제재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만든다.
이는 쿠팡 사태를 고려한 대책이다. 앞서 쿠팡에 노동부 출신 직원이 대거 영입되고,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임원과 감독관들이 사적으로 식사를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