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 등 참석자들이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독자 AI파운데이션 프로젝트' 발표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12.30[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새해부터 정예팀 5곳이 각자 모델을 공개하며 대한민국 AI 산업계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설계부터 학습까지 직접 수행한다는 ‘프롬 스크래치(From scratch)’ 원칙이 훼손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더니 중국 AI 모델의 코드를 도용했다는 의혹마저 불거졌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평가를 책임지고 있는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평가는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될 것이고, 윤리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분위기에선 누가 1차 평가에서 탈락한다 해도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정 기업 의견이 심사 기준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나 기술적인 순수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은 아쉽다. 무엇 보다 이번 프로젝트가 '소버린 AI', 즉 인공지능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시작됐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최근 애플이 자체 AI 개발을 포기하고 구글과 손을 잡았다는 뉴스가 IT 업계에 화제다. 아이폰에 개인 비서 '시리(SIRI)'를 집어 넣으며 AI 에이전트 시대를 예고했던 애플이지만 정작 AI 시대가 다가오자 뒤처지고 말았다. 그만큼 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미국, 중국이 대부분의 AI 기술과 특허를 독점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에게는 축적된 지식과 기술도 부족하기만 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확보에 나서고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정예팀을 만들어 참여한 것은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니다. 가까운 미래, 아니 이미 시작된 거대 자본과 기술이 만들어 낼 'AI 발(發) 양극화', 그로 인한 '정보 계급사회' 고착화를 막을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선보인 AI 모델들은 방대한 영미권 데이터로 학습을 하고 그들의 문화를 가장 잘 이해하는 알고리즘을 갖고 있다. 어떤 언어로 서비스해도 해당 알고리즘이 규정한 가치관에 예속될 수밖에 없다. 경제적 종속은 더 무섭다. 단순한 생산성 향상을 넘어 AI가 특정 분야의 업무를 대체하게 되면 막대한 비용을 글로벌 빅테크에 지출할 수밖에 없다.
개인들의 격차는 더 커진다. 고가의 월 구독료를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은 최신 AI 모델로 최상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지만 무료 사용자들은 몇 세대 뒤처진 모델이나 제한된 기능만을 사용해야 한다. 과거의 정보 격차가 노트북, 스마트폰의 보급률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을 뿐 획득할 수 있는 정보의 질은 동일했지만 AI 시대에는 '정보의 질' 자체가 달라진다.
비싼 비용을 지불할 수 있는 계층은 AI의 조력을 받아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키우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영원히 정보 세계의 하층민으로 남아야 한다.
우리가 독자적인 파운데이션 모델을 성공시켜야 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한국만의 '지능 인프라'가 구축돼야 공공의 이익을 위한 AI 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 국민 누구나 합리적인 비용으로 혹은 공공 서비스의 일환으로 양질의 AI 혜택을 누릴 수 있는 토대는 오직 ‘우리 기술’ 위에만 세울 수 있다.
불공정 심사 논란이나 기술적 자립도 문제는 엄중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국가대표 AI'라는 이름에 걸맞은 정직, 신뢰, 독창성은 타협하기 어렵다. 하지만 '왜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앞서야 할 것이다.
명진규 부장 aeon@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