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 가뭄? 드디어 끝났다”…‘만약에 우리’, 역주행 신화 [SS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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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가뭄? 드디어 끝났다”…‘만약에 우리’, 역주행 신화 [SS무비]
영화 ‘만약에 우리’. 사진| 쇼박스
[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멜로 영화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던 극장가에서 뜻밖의 반전이 나왔다. 배우 구교환, 문가영 주연의 영화 ‘만약에 우리’가 조용하지만 단단한 입소문을 타고 역주행에 성공하며 새해 극장가 이변으로 떠올랐다.

‘만약에 우리’는 20대 시절 뜨겁게 사랑했던 은호(구교환 분)와 정원(문가영 분)이 10년 만에 우연히 재회하며 벌어지는 현실 공감형 멜로 영화다.

영화 ‘만약에 우리’. 사진| 쇼박스
지난달 31일 개봉한 ‘만약에 우리’는 개봉 초반만 해도 조용한 출발을 보였다. 연말·연초 극장가를 장악한 외화 블록버스터 ‘아바타: 불과 재’의 벽은 높았고, 멜로 장르 자체에 대한 관객의 기대치 역시 낮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개봉 2주 만에 판세는 달라졌다. ‘만약에 우리’는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관객을 끌어모으며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지난 주말(9일~11일) ‘아바타: 불과 재’를 꺾고 박스오피스 1위로 역주행에 성공했다.

기세는 숫자로도 증명됐다. 개봉 13일째인 지난 12일, ‘만약에 우리’는 손익분기점인 110만 관객을 돌파했다. 이는 2022년 6월 개봉해 최종 관객수 191만명을 기록한 ‘헤어질 결심’ 이후 최근 3~4년간 개봉한 한국 멜로 영화 가운데 가장 높은 흥행 성과다. 멜로 영화가 ‘소수의 취향’으로 밀려났던 흐름 속에서 거둔 기록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영화 ‘만약에 우리’. 사진| 쇼박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만약에 우리’는 단순한 흥행작을 넘어, 동시대 멜로의 한 성취로 ‘명작’ 반열에 올랐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개봉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관객 수가 늘어나는 전형적인 입소문 흥행 곡선을 그리며 뒷심을 발휘하는 중이다.

흥행의 중심에는 ‘공감’이 있다. ‘만약에 우리’를 통해 관객은 영화 속 은호와 정원의 관계에서 누군가의 과거를, 혹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며 자연스럽게 감정 이입하게 된다.

구교환과 문가영의 호연 역시 입소문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믿고 보는 배우’라는 타이틀을 가진 구교환은 스크린 속에서 은호 그 자체로 살아 숨쉰다. 구교환은 은호를 통해 후회와 미련, 체념이 뒤섞인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했다. 문가영 역시 정원이 지닌 복합적인 감정의 결을 차분하게 쌓아 올리며, 시간이 흐른 뒤에도 쉽게 지워지지 않는 사랑의 잔상을 그려낸다.

영화 ‘만약에 우리’. 사진| 쇼박스
영화계 관계자들 역시 ‘만약에 우리’의 흥행 요인을 두고 “관객 각자가 다른 지점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구조” “현실적인 이야기 라인으로 억지스러운 감정 소비를 요구하지 않는 점” “구교환과 문가영이 보여주는 연기의 힘” 등을 꼽았다.

‘만약에 우리’의 역주행은 현재 극장가의 지형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만든다. 거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볼거리가 흥행의 절대 조건처럼 여겨지는 가운데 결국 관객을 움직이는 것은 ‘이야기’와 ‘공감’이라는 점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멜로 장르가 여전히 유효하며, ‘잘’ 만든 이야기라면 충분히 관객의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처럼 조용히 출발해 묵직하게 도착한 ‘만약에 우리’가 단순한 흥행 기록을 넘어, 멜로 영화로서 어떤 기록을 세우게 될지 기대감이 더해진다. sjay09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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