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과 은값이 나란히 최고가를 찍었다. 은값은 4% 이상 급등하며 사상 처음 온스당 90달러를 돌파했다.
서울 종로구 귀금속상가에 금과 은이 진열되어 있다. 뉴시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제 금 현물가격은 한국시간 14일 오후 2시 기준 전장 대비 1.07% 오른 4635.59달러를 나타내며 전날 기록한 사상 최고치(4634달러)를 뛰어넘었다. 국제 은 현물가격도 전장보다 4.73% 급등한 온스당 91.0676달러로 사상 처음 90달러를 넘어섰다. 지난달 23일 70달러, 29일 80달러를 차례로 넘어선 데 이어 단숨에 90달러까지 돌파하는 파죽지세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공격, 추가적인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 이란과 베네수엘라 등 지정학적 긴장 등이 맞물리며 귀금속의 랠리를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 여파로 연준의 독립성이 약화되고 과도한 금리 인하로 이어질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 상승으로 장기금리가 오르고 달러화 투자자금이 이탈하는 이른바 ‘셀 아메리카’ 혹은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debasement trade)가 가속할 것을 우려한다.
실제로 국제 금과 은 가격이 지난해 각각 64%, 142% 급등하며 45년 만의 가장 큰 랠리를 펼친 데 이어 연초에도 강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상대로 해임 위협과 함께 금리 압박 수위를 높였던 지난해 4월에도 국제 금값이 급등하고 뉴욕증시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출렁인 바 있다.
파월 의장은 전날 공개한 영상에서 “연준 청사 개보수에 대한 지난해 6월 나의 의회 증언과 관련해 법무부로부터 대배심 소환장과 형사 기소 위협을 지난 9일 받았다”며 “이 전례 없는 행위는 행정부의 위협과 지속적인 압박이라는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전날 CNBC 인터뷰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극도로 소름 끼친다”라며 “시장은 이 사안을 우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금값과 은값의 추가 상승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씨티그룹은 향후 3개월 기준 금과 은의 가격 전망치를 각각 5,000달러와 1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하오 홍 로터스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랠리는 올해 추가 상승 여지가 상당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