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결혼 준비 과정에서의 이른바 ‘바가지 요금’을 근절하기 위해 가격 표시제를 전격 도입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소비자원의 가격정보 포털 ‘참가격’에 가격을 공개한 결혼준비대행업(스드메) 업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예식장업 역시 전국에서 단 5곳만이 가격을 게시하는 데 그쳤다.
한 결혼박람회를 찾은 예비 부부들이 결혼준비업체에서 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앞서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12일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를 개정하며 예식장업과 스드메 업체의 가격 정보 공개를 의무화했다. 위반 시 최대 1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해 웨딩업계의 부당한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시행 두 달이 지난 시점까지 업계의 ‘무시’ 전략이 이어지며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 측은 “현재는 시행 초기 계도기간으로 교육과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며 “올해 2월부터 본격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계도기간(5월) 이후에는 조사를 통해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해명했다.
제도의 실효성 논란은 표준계약서에서도 이어진다. 공정위는 지난해 3월 ‘결혼준비대행업 표준계약서’를 제정했으나, 정작 사용 권장 공문을 발송한 업체는 단 9곳에 불과했다. 특히 공정위는 표준계약서 도입 현황을 묻는 의원실의 질의에 “강제사항이 아니므로 도입 여부를 별도로 조사하지 않고 있다”고 답해 행정 편의주의적 태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권향엽 국회의원. 의원실 제공 웨딩 관련 민원도 폭증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분석 결과 최근 3년간 소비자 피해 민원은 1010건에 달하며 매년 증가 추세다. 특히 ‘계약해제’와 ‘계약불이행’ 관련 불만이 전체의 68.3%를 차지해, 불투명한 가격 정책과 불공정 약관이 소비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권향엽 의원은 “평생 한 번뿐인 결혼이라는 점을 악용해 신혼부부를 우롱하고 착취하는 부당 계약 관행이 여전하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공정위의 권고 수준을 넘어 입법을 통한 강력한 제도 개선으로 결혼 준비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양=김선덕 기자 sd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