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역에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가 진행 중인 가운데 탄소중립 실현과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해묵은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충남도에 따르면 충남에서 처음 석탄화력발전의 불이 꺼진 것은 2020년 보령화력 1·2호기였다. 지난 연말 태안화력 1호기 발전 종료를 기점으로 충남의 석탄화력 퇴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금까지 충남지역엔 31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건설됐으며 이 중 3기가 가동을 멈췄다. 이재명정부는 남아 있는 28기 가운데 21기는 2038년까지, 나머지 7기도 2040년까지 순차적으로 퇴역시킬 예정이다.
충청남도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발전소. 한국서부발전 홈페이지 캡처 문제는 이 같은 화력발전 폐쇄가 지역 경제와 고용에 적지 않은 충격파를 던진다는 점이다. 최근 폐쇄된 태안화력 1호기는 30여년간 국가 전력 수급의 핵심 시설로 가동돼 왔다. 발전소를 중심으로 협력업체, 운송·정비업, 숙박·요식업 등 지역 산업 전반이 형성되며 태안 경제의 근간 역할을 해왔다. 태안화력 1호기 폐쇄 등으로 지역에서는 일자리 상실과 지역경제 위축, 인구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전국 석탄화력의 절반이 넘게 자리하고 있는 충남에서는 에너지전환에는 동의하지만 직격탄을 맞게 된 지역경제를 위한 지원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충남도에 따르면 태안화력 1~8호기가 모두 폐지될 경우 지역경제 손실은 약 7조8000억원, 정주 인구는 4000여명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충남도는 별다른 정부 지원책 없이 조기 폐쇄된 보령화력 1·2호기(2020년) 사례를 교훈으로 삼아 ‘명확한 대안 없는 발전소 폐쇄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민선 8기 들어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정의로운 전환 특별법’ 제정을 강력히 요청해 왔으며, 현재 여야 구분 없이 16건의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논의 중이다. 도는 특별법이 통과될 경우 약 10조원 규모의 중앙정부 기금이 조성돼 석탄화력 폐지 지역의 지역경제 회복과 고용 안정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충남도는 석탄화력 폐지를 위기가 아닌 미래 먹거리 전환의 기회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도는 2045년까지 무탄소 발전 비중 70% 확대와 신재생에너지 비중 100% 초과 달성을 목표로, 수소·신재생에너지를 핵심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당진·보령·태안 화력발전소를 중심으로 암모니아 혼소 또는 수소 전소 발전 전환, 보령·태안 해상 2.72GW 규모 해상풍력단지 조성, 서해안 수소산업벨트 구축 등을 통해 에너지 산업 재편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실행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폐쇄 일정은 연도 단위로 확정돼 있지만 지역별 대체 산업과 고용 전환 프로그램은 아직 구체적인 규모와 일정표가 제시되지 않아서다. 발전 노동자들의 숙련도가 신산업으로 얼마나 흡수될 수 있을지에 대한 검증 역시 과제로 남아 있다.
화력발전 폐쇄지역 주민들은 폐쇄 자체보다도 대체 산업과 일자리 전환에 대한 구체적 설계 부재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태안화력 폐쇄대책위원회는 “발전소 폐쇄는 단순한 시설 종료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생존 문제”라며 “국가 차원의 종합대책 없이 추진되는 폐쇄는 정의로운 전환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태안=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