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암 발생을 높이는 주된 식이 요인은 김치 등 염장 채소의 과다 섭취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4일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수경 교수팀과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등 공동 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역학과 건강(Epidemiology and Health)에 게재한 ‘2015∼2030년 한국인의 식습관 요인이 암 발생률 및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 비율’에서 이 같은 결과를 밝혔다.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식이 섭취 수준을 분석하고, 이를 한국인 코호트 연구 결과와 결합해 암 발생과 사망에 미치는 인구집단 기여분율(PAF)을 산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인 전체 암 발생의 6.08%, 암 사망의 5.70%가 특정 식이 요인에서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끼지는 단일 요인은 ‘염장 채소 섭취’였다. 김치나 젓갈류 등 염장 채소를 많이 먹는 식습관은 전체 암 발생의 2.12%, 암 사망의 1.78%를 유발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그 뒤를 이어 ‘비전분성 채소(감자·고구마 제외) 및 과일의 섭취 부족’이 암 발생의 1.92%, 사망의 2.34%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암 요인으로 지목해 우려가 컸던 ‘적색육(소·돼지고기 등)’과 ‘가공육(햄·소시지)’의 섭취가 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은 각각 0.10%와 0.02%로, 아직 1% 미만의 낮은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구 국가에서 이들 식품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뚜렷했다. 2020년 기준 식이 요인으로 인한 암 발생 비율은 남성이 8.43%로, 여성(3.45%)보다 약 2.5배 높았다. 암 사망 비율 역시 남성은 7.93%가 식이 요인에 기인한 반면, 여성은 2.08%에 그쳤다.
암 종류별로는 위암과 대장암이 식습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이 요인에 기인한 전체 암 발생 건수 중 위암이 44.3%, 대장암이 43.2%를 차지해 두 암종이 전체의 80% 이상을 점유했다.
특히 짠 음식 섭취가 많은 한국의 식문화 특성상 위암의 기여도가 높았으나, 연구팀은 염장 채소 섭취 감소 추세에 따라 암 발생 기여분율이 2020년 2.12%에서 2030년 1.17%로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식이 요인이 한국인의 암 발생과 사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암 예방을 위해서는 염장 채소 섭취를 줄이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는 식습관 개선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윤성연 기자 ys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