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시위가 확산 중인 이란에 개입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시사해 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에 25%의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공교롭게도 이란의 최대 교역국이 중국이라는 점에서, 이란 문제가 지난해 10월 일시 봉합됐던 미·중 무역 갈등의 재점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12일(현지시간) 미국 NBC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과 거래하는 모든 국가는 미국과 하는 모든 거래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받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 관세는 즉시 효력을 발휘한다”며 “이 명령은 최종적이며 확정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들에 사실상의 ‘2차 제재’(2차 관세)를 시행하겠다는 뜻으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이란 정권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정부의 경제난 대응을 촉구하며 지난달 28일 시작돼 전국적으로 확산한 이란 반정부 시위는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강경 진압 지시 이후 시시각각으로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노르웨이에 본부를 둔 단체 이란인권(IHR)은 시위 16일째인 12일까지 시위대만 최소 648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IHR은 “일부 추산에 따르면 6000명 이상이 숨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SNS와 인터뷰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군사행동을 포함한 개입 가능성을 거론 중이다. 그는 전날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에서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고 있다”며 이란 정부가 ‘레드라인’을 넘어서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의 최대 교역국이 중국인 만큼 이번 2차 관세 부과 선언이 미·중 무역마찰 재개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생겼다. 중국은 미국 및 유럽의 제재로 인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란 경제에 사실상 ‘구세주’ 역할을 해왔다. 무역데이터 제공기업 임포트 글로벌이 추정한 2024년 기준 이란의 대중국 수출액은 306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3%에 달한다.
특히 이란산 원유는 중국 시장으로의 수출에 크게 의존해 왔다는 평가다. 중국은 2022년 6월 이후 공식적으로 이란산 원유를 구매하지 않았으나, 에너지업계에서는 미국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산 원유의 대중국 수출이 하루 100만배럴 이상 탄력적으로 유지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앞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의 영향으로 주요 원유 수입처인 베네수엘라를 잃은 데 이어 또 하나의 원유 수입처를 잃을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이어진 양국 간 극심한 무역분쟁의 휴전을 합의한 바 있다. 이후 중국산 희토류의 미국 수출이 재개되고, 미국은 중국으로 인공지능(AI)칩 수출을 허용하는 등 양국 간 훈풍이 이어졌다. 그러나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이번 이란 관련 2차 관세로 인해 갈등 촉발은 불가피해 보인다. 2006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미국 측 대표로 협상을 이끌기도 했던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 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은 워싱턴과 베이징 간 무역 휴전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다”며 “이번 관세가 실제 정책으로 실행되지 않더라도 양국이 지난해 말 이후 구축해 온 신뢰에는 이미 일부 손상이 발생했다”고 평가했다.
이란 시위대가 12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친정부 집회에 참가해, 미국과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를 지지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이날 최고지도자 공식 홈페이지와 엑스(X) 계정 등에 정부 지지자들이 운집한 사진을 올리며 “이란 국민이 적들에 맞서 결의와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고 밝혔다. 반정부 시위에 대한 지지 여론이 해외까지 확산하자 직접 여론전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란은 이런 표면적 입장과는 달리 물밑에서는 미국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미 악시오스는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이 스티브 윗코프 미국 중동특사와 지난주 연락해 소통했다고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