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화 약세, 구조적 변화 영향…외환정책 재정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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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화 약세, 구조적 변화 영향…외환정책 재정비 필요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시황판 앞을 지나고 있다사진연합뉴스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시황판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원화 약세를 두고 단기적인 경기 요인이나 일시적 변동으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글로벌 달러 강세와 해외 투자 확대라는 구조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12일 발표한 '최근 환율 추세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원화는 2020년 이후 누적 기준으로 25.7% 평가절하돼 주요 21개 통화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은 환율 상승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주요 선진국 통화의 평균 누적 변동률을 크게 웃돌았고 아시아 국가와 신흥국 통화 평균과 비교해도 원화 약세 폭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보고서에서는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을 단순한 경기 순환이나 단기 외생 변수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성장 우위 지속과 금리 격차에 따른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연기금과 가계의 해외 증권 투자 확대가 구조적인 달러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순대외금융자산이 2014년 이후 플러스로 전환된 이후 해외 자산 투자가 꾸준히 늘면서 환율 상승 압력이 상시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분석 결과 2020년 이후 원화 환율 상승과 해외 포트폴리오 투자 확대 사이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환율 상승 기대가 다시 달러 수요를 키우는 ‘자기강화적 메커니즘’이 작동하면서 최근 원화 약세의 속도를 더욱 높였다는 평가다.

특히 2024년 이후 주요 선진국과 신흥국 통화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 것과 달리, 원화는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요인 외에도 국내 구조적 요인이 원화에 추가적인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책적으로 환율 수준 자체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려는 접근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시적인 시장 개입은 시장 기능 왜곡과 외환보유액 부담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단기적으로 급격한 변동성과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경우 이를 완화하기 위한 한시적이고 제한적인 대응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외환당국의 역할에 대해서는 ‘환율 관리’보다는 ‘변동성 관리’에 초점을 두고 일관된 정책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시장의 기대 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장기적으로는 해외 투자 확대라는 구조적 변화에 맞춰 외환시장 운영 전략 전반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시사점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외생적 요인의 비중이 커질수록 외환당국이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충격이 확대되는 만큼, 규칙 기반의 일관된 정책 대응을 통해 시장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아주경제=박기락 기자 kirock@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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