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뷰] 공공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시내버스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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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뷰] 공공 인질극을 벌이고 있는 시내버스 노조
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서울 시내버스 파업은 흔히 말하는 노사 갈등의 범주를 이미 넘어섰다. 이번 사태는 임금 협상의 실패가 아니라, 공공서비스를 인질로 삼은 압박 전술에 가깝다. 서울시내버스 노조는 이를 노동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했지만, 그 실체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시민을 상대로 한 힘의 과시다.
 그동안 서울시는 1년 넘게 파업을 막기 위해 움직였다. 2025년 상반기부터 임금체계 개편과 총액 기준 임금 인상을 제시했고, 통상임금 문제를 둘러싼 법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전국 최고 수준의 조건을 내놨다. 209시간 기준 통상임금 산정, 즉각적인 10.3% 임금 인상, 그리고 대법원 판결에서 176시간이 인정될 경우 최대16.4%까지 소급 지급하겠다는 제안은 다른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파격안이었다. 그럼에도 노조는 이 제안을 거부했다. 이 지점에서 이미 파업의 명분은 무너진다. 대화의 문이 닫힌 게 아니라, 열려 있는 문을 스스로 걷어찬 것이기 때문이다.
 노조의 요구는 단순한 임금인상 요구가 아니었다.  요지는 이렇다. 10.3% 인상은 확정으로 보장하고, 이후 대법원 판결로 더 오르면 소급해 달라. 그러나 판결 결과 임금 인상률이 낮아지더라도 이미 받은 인상분은 돌려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장권 서울시 교통실장이 표현한 대로, "니 거는 내 거고, 내 것도 내 거"라는 비대칭 논리다. 문제는 이 요구의 비용이 누구에게 전가되느냐다. 시내버스는 이미 적자 산업이다. 준공영제로 인해 서울시는 매년 수천억 원의 세금을 투입하고 있다. 임금 인상은 곧 시민 부담이다. 법적으로 확정되지도 않은 통상임금 기준을 전제로, 수천억 원 규모의 재정 부담을 선지급하라는 요구는 노동권 주장이 아니라 재정 인질극이나 다름없다.
 노조는 또 서울시와 사측이 대법원 판결과 고용노동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관계부터 다르다. 노조가 근거로 드는 대법원 판결은 시내버스가 아닌 타 업계 사건이다. 시내버스 통상임금에 대해서는 아직 최종 확정 판결이 없다. 고용노동부 시정명령 역시 이의 신청 이후 재검토 중이다. 확정되지 않은 사안을 '불법'으로 단정해 여론전을 벌이는 것은 협상이 아니라 정치적 압박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노동 감시' 프레임이다. 노조는 서울시의 시내버스 운행 실태 점검을 감시와 탄압으로 규정하지만, 이는 준공영제에서 안전과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서울시는 점검 결과로 기사 개인에게 불이익을 준 적도 없고, 시내버스 회사에도 그러지 말라고 권고해 왔다고 한다. 시내버스의 안전 점검을 '노동 감시'로 몰아가는 순간, 시민은 질문할 수밖에 없다. 그럼 안전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결국 이번 파업의 본질은 명확하다. 협상 실패가 아니라 노조가 시민을 상대로 압박하는 선택이다. 서울 시와 사측이 임금체계 개편 원칙까지 접고, 지방노동위원회 조정안(기본급 0.5% 인상, 정년 1년 연장)마저 수용하겠다고 했음에도, 노조는 파업을 택했다. 시민 불편을 극대화해야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작동한 것이다.
 시내버스 노조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다. 도시를 멈출 수 있는 힘을 가진 집단이다. 그 힘을 시민을 상대로 사용할 때, 그것은 연대가 아니라 인질극이다. 노동권은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시민의 일상과 안전을 담보로 한 압박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이번 시내버스 노조 파업이 그 선을 넘었선 이유다.  
 
아주경제=김두일 선임기자 dikim@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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