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시티에서 열린 'UKF 82 스타트업 서밋'에서 패널들이 2026년 벤처투자 시장의 변화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마리나 템킨 테크크런치 기자(오른쪽부터), 앤 김 스티펠 매니징 디렉터, 제이 유 폴리 호그 파트너 변호사, 존 김 파라폼 CEO. [사진=아주미디어그룹 샌프란시스코 특별취재단] 2026년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의 무게중심이 ‘외형 성장’에서 철저한 ‘수익성 검증’으로 이동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시어터에서 열린 ‘UKF X 82스타트업 서밋 2026'에서는 '벤처캐피털 산업 현황’ 주제로 글로벌 투자은행 스티펠(Stifel)의 앤 김 매니징 디렉터(MD), 크로스보더 투자계약 전문 국제 로펌 폴리 호그(Foley Hoag)의 제이 유 파트너 변호사, 채용 중개 플랫폼 파라폼(Paraform)의 존 김 CEO가 패널로 나서 급변하는 투자 생태계를 심층 분석했다.
앤 김 스티펠 매니징 디렉터가 과거 유동성 중심이었던 시장이 유닛 이코노믹스 검증 위주로 재편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아주미디어그룹 샌프란시스코 특별 취재단]방산 및 하드웨어 투자를 총괄하는 앤 김 MD는 현재의 시장 상황을 ‘기본으로의 회귀’라고 정의했다. 그는 “밸류에이션과 유동성이 넘쳐나던 2021년과 달리, 지금은 철저히 실적과 숫자가 지배하는 시장”이라며 “기업공개(IPO) 시장 규모가 고점 대비 70~80%나 위축된 것이 그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가치 산정의 눈높이도 현실화됐다. 앤 김 MD는 “과거 매출 대비 15~20배에 달했던 기업가치 배수가 현재 5~8배 수준으로 조정됐다”면서 “이제 스타트업은 동종 업계 스타트업이 아닌, 이미 수익을 내고 있는 상장사들과 비교선상에서 ‘유닛 이코노믹스(단위당 수익성)’를 입증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투자 회수 전략 역시 불확실한 상장보다는 확실한 인수합병(M&A)으로 선회하는 추세라는 분석이다.
제이 유 폴리 호그 파트너 변호사가 AI 기업과 비 AI 기업 간 투자 조건(Term Sheet)에서 나타나는 격차와 독소 조항의 위험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아주미디어그룹 샌프란시스코 특별 취재단] 제이 유 변호사는 투자 조건에서 드러난 시장의 이중성을 지적했다. 유 변호사는 “AI 관련 기업에는 투자자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기업가치 상한선이나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는 파격적인 ‘조건부 지분인수계약’까지 감수하며 자금을 집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기존 투자자가 후속 투자 라운드에서 지분을 공격적으로 늘릴 수 있는 ‘초과 인수권’을 요구하는 경우도 빈번하다”며 “이는 자본을 쥔 투자자가 주도권을 쥐는 ‘투자자 우위 시장’이 공고해졌음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M&A 활성화를 염두에 둔 기업들의 내부 변화도 포착됐다. 앤 김 MD는 “최근 18개월 사이 유니콘 기업의 수장이 창업자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이나 전문 경영인으로 교체되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전했다. 이는 무리한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져 매각이나 턴어라운드를 실현하려는 이사회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제이 유 변호사는 “새 행정부 출범에 따른 규제 완화 기대로 대형 M&A에 대한 관심은 높으나,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2026년 하반기는 되어야 실제 거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존 김 파라폼 CEO가 AI 기술 도입으로 인해 변화한 실리콘밸리 채용 시장의 트렌드와 인재 확보 경쟁에 대해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아주미디어그룹 샌프란시스코 특별 취재단] 존 김 CEO는 AI(인공지능) 도입이 불러온 채용 시장의 역설적인 상황을 전했다. 그는 “AI가 코딩이나 단순 반복 업무 등 초급 레벨의 일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오히려 고도의 판단력과 의사결정 역량을 갖춘 핵심 인재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비 AI 기업들의 인재 확보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존 김 CEO는 “AI 연구소나 빅테크가 아닌 바이오, 제조 등 전통 산업군 기업들이 S급 엔지니어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AI 기업보다 훨씬 높은 연봉과 보상안을 제시해야만 경쟁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패널들은 창업자들을 위한 조언으로 세션을 마무리했다.
제이 유 변호사는 “자금 확보가 절실해 투자자의 과도한 통제권이나 이면 합의 성격의 ‘부속 합의서(Side Letter)’를 수용하더라도, 반드시 다음 투자 라운드에서는 해당 조건이 자동 소멸(Sunset)되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계약서에 명시해야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Park Sae-jin Reporter swatchsjp@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