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평:판타지였지만, 결국 현실이 응답했다.
[스포츠서울 | 위수정 기자] tvN 토일드라마 ‘프로보노’(극본 문유석/연출 김성윤)가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지난 11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최종회는 전국 가구 평균 10%, 수도권 최고 11%(닐슨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를 넘기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출세만 좇던 속물 판사 강다윗(정경호 분)이 공익 변호사의 길을 선택하는 이야기로 시작된 이 드라마는, 법은 권력의 시녀가 아닌 약자의 눈물을 닦는 손수건이어야 한다는 명제를 증명했다. 결국 ‘지는 싸움’이 패배가 아닌 ‘세상의 온도를 1도 올리는 과정’임을 역설하며 유의미한 완주를 이뤄냈다.
‘프로보노’는 수임료 제로, 매출 제로의 공익 변호사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대변하는 과정을 그린 휴먼 법정물이다. 유기견,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국제결혼 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문제를 다뤘지만, 작품이 진짜로 겨냥한 대상은 그들을 외면하도록 설계된 제도 그 자체였다.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대목은 단연 가수 엘리야(정지소 분)와 친모의 분쟁을 다룬 7, 8화였다. ‘가족 간의 일에 국가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명분 아래 1953년부터 유지되어 온 ‘친족상도례’는 그동안 수많은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했다.
하지만 극 중 강다윗은 국정감사장에 서서 이 조항의 폭력성을 고발했고, 이는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공교롭게도 드라마 방영 중 현실의 법은 실제로 움직였다. 지난달 국회는 친족 간 재산 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해온 ‘친족상도례’ 조항을 폐지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제 친족 사이의 재산 범죄는 면제가 아닌 친고죄로 전환돼, 피해자가 원할 경우 고소를 통해 재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는 ‘프로보노’가 극 중에서 묻던 질문, “법이 보호하지 않는 가족 안의 피해자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는 더 이상 드라마 속 가정이 아니게 된 셈이다.
물론 모든 에피소드가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일부 사건에서는 구조적 책임이 개인의 선의나 선택으로 환원되는 듯한 전개가 아쉽다는 지적도 나왔다. “법정물이라기엔 감정선에 기댄 순간이 있었다”는 평가 역시 존재했다.
그럼에도 ‘프로보노’가 남긴 성과는 분명하다. 법조물이 권력 게임이나 복수극에 머무르지 않고, 공익 변호사라는 생소한 영역을 전면에 내세워 제도의 균열을 질문했다는 점이다. ‘미스 함무라비’와 ‘악마판사’를 집필한 문유석 판사가 오랜 현장 경험을 통해 벼려온 문제의식이 이번 작품에서 제대로 관통했다.
최종회에서 강다윗은 거대 로펌의 경영진 자리를 제안받는 대신, 팀원들과 함께 독립된 ‘공익 로펌’ 설립을 선언하며 끝까지 ‘프로보노’ 정신을 지켰다. 드라마는 현실의 거울이라지만, 때로는 그 거울이 현실을 비추는 등대가 되기도 한다. ‘프로보노’가 던진 묵직한 돌멩이는 드라마가 끝난 뒤 현실에서 ‘친족상도례 폐지’라는 거대한 파동으로 돌아왔다. 허구의 이야기가 차가운 법전을 움직인 이 기적 같은 순간, 이것이 바로 ‘프로보노’가 오래도록 기억될 이유다. wsj0114@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