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서학개미에…눌렀던 환율, 어느새 147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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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서학개미에…눌렀던 환율, 어느새 1470원
연합뉴스[연합뉴스]

강도 높은 외환 당국의 개입으로 지난해 말 142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달러 환율이 8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장중 1470원을 다시 기록했다. 국내 외환시장의 구조적 수급 쏠림에 글로벌 달러 강세까지 겹친 영향이다. 연초부터 환율이 지난해 연 고점(1487.6원) 수준으로 치솟는다면 인플레이션 재점화로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10.8원 오른 1468.4원으로 집계됐다. 원·달러 환율은 3.7원 오른 1461.3원으로 출발한 뒤 오전 9시 53분께 1457.0원까지 내렸으나 오후 3시께 1470원까지 급등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24일(1484.9원) 이후 최고치다.

원·달러 환율은 당국의 연말 종가 관리 총력전에 힘입어 지난달 29일 1429.8원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방향을 바꿔 주간 거래 종가 기준 8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환율 상승에는 연초 미국 주식 투자를 위한 국내 개인투자자의 대규모 달러 환전 수요와 글로벌 달러 강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개인투자자는 연초 이후 지난 9일까지 미국 주식을 19억4217만 달러(약 2조84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대 규모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눌러놓은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할 것으로 본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등 해외 자산을 대거 사들인 것이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국내 주식을 3510억원 규모 순매도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말 정부의 외환 수급 대책과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 발표 이후 환율이 급락하자 달러 저가 매수에 나선 실수요가 유입된 영향”이라며 “환율 레벨이 낮아질 때마다 실수요가 하방을 지지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외적으로는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는 국면에서 나타나는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의 동조화 현상도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지난 6일부터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99선에서 움직였다. 엔화는 일본의 조기 총선 가능성으로 재정 불안 우려가 커지면서 장중 달러당 158.199엔까지 오르며 지난해 1월 10일(158.877엔) 이후 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달러 강세와 원화의 구조적 약세 흐름을 감안할 때 지난해와 같은 고환율 국면이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통해 소비자물가 부담으로 전이되고, 원자재 조달 비용을 끌어올려 기업 실적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2026년 연초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며 “트럼프 관세 관련 위법성 판결도 경계심을 키우고 있는데, 위헌 결정이 나온다면 2025년에 나타났던 관세 불확실성이 더 증폭되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환율은 통화정책 운용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달 15일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높은 환율과 서울 집값 부담을 고려해 지난해 7·8·10·11월에 이어 기준금리가 5회 연속 동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실질실효환율 기준 적정 환율은 1300원 내외로 추정되지만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 확대와 기업 외화예금 증가 등 수급 요인으로 당분간 환율이 1400원대 중반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고환율 부담으로 올해 소비자물가도 한국은행 전망치(2.1%)를 웃도는 2.3%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주경제=서민지 기자 vitami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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