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수' 촬영이 끝난 직후였습니다. 조인성과 박정민, 이 두 배우를 전면에 내세워 다시 한번 영화를 찍고 싶다는 열망이 강하게 남더군요. 이 영화는 철저히 두 배우로부터 시작됐습니다. "
류승완 감독의 선택은 명쾌했다. 12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제작보고회를 갖고 출사표를 던진 영화 '휴민트'는 충무로의 '흥행 카드'들을 낯선 첩보의 세계로 호출했다. '모가디슈'와 '밀수'를 거치며 류 감독의 영화적 언어를 가장 잘 이해하게 된 조인성, 그리고 전작(밀수)의 짧은 만남이 아쉬웠던 박정민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완성도'를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읽힌다.
제목인 '휴민트(HUMINT)'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 수집을 뜻하듯, 이번 작품은 기술이 지배하는 현대전 속에서도 결국 승패를 가르는 것은 '사람'이라는 묵직한 주제 의식을 관통한다. 제작진이 배경으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황량한 풍광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장 차가운 땅에서 벌어지는, 가장 뜨거운 인간들의 사투를 극명하게 대비시키기 위함이다. 라트비아 로케이션과 정교한 CG로 구현된 이국적인 설원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인물들이 처한 고립과 긴장을 시각화하는 거대한 미장센으로 기능한다.
이 차가운 무대 위에서 조인성은 류승완 감독의 '페르소나'다운 여유와 날카로움을 동시에 뿜어낸다. 국정원 요원 조 과장을 연기한 그는 정형화된 첩보원의 틀을 깼다. 조인성은 "총알이 떨어지면 총을 던져서라도 싸우는 변칙적이고 처절한 액션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동작보다는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몸부림을 통해 캐릭터의 절박함을 표현해낸 것이다. 류 감독과의 관계를 "가족 같다"고 표현할 만큼 깊어진 신뢰는 스크린 위에서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효율적인 호흡으로 발현됐다.
조인성이 액션의 '스타일'을 담당했다면,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 박건 역의 박정민은 영화의 '감정적 뇌관'이다. 체제와 개인, 임무와 양심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인물의 내면을 액션에 투영했다. 박정민은 "박건은 감정의 균열을 겪으며 액션의 합과 호흡이 달라지는 인물"이라며 "사람이 어디까지 처절해질 수 있는지, 그 바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류 감독은 여기에 권력욕에 사로잡힌 북한 총영사 역의 박해준과 사건의 핵심 키를 쥔 북한 식당 종업원 역의 신세경을 투입해 서사의 밀도를 촘촘히 채웠다. 특히 12년 만에 스크린 주연으로 돌아온 신세경은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긴장감의 한 축을 담당한다.
류 감독은 "모니터를 보면서도 배우들의 연기에 움찔할 정도로 긴장감이 넘쳤다"며 전작 '베를린'을 뛰어넘는 감정적 깊이를 자신했다. 기술이 아닌 사람, 화려함이 아닌 처절함으로 승부수를 띄운 '휴민트'는 설 연휴를 앞둔 2월 11일 관객을 찾는다. 차가운 블라디보스토크의 바람을 뚫고 전해질 그들의 뜨거운 입김이 2026년 한국 영화계의 첫 흥행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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