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새 원내사령탑으로 한병도 의원이 선출됐다. 그는 혼란의 신속한 수습과 국정과제의 속도 있는 추진을 약속하며, 목표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이라고 밝혔다. 방향은 분명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실행이다. 아주사설이 요구하는 기준 역시 명확하다. 정치는 기본으로 돌아가고, 원칙을 지키며, 상식으로 설명돼야 한다.
지금 민주당 앞에 놓인 가장 시급한 과제는 신뢰 회복이다. 공천헌금 의혹을 둘러싼 논란은 당이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 사실을 밝히는 방식으로 정리돼야 한다. 시간을 끌거나 책임을 회피할수록 정치의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책임은 엄정하게 묻되 절차는 공정해야 한다. 미국 정치에서 오래 인용돼 온 격언처럼 햇빛은 최고의 소독제다. 투명성은 단기적으로 부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신뢰를 가장 낮은 비용으로 회복하는 길이다.
해외 정치의 경험도 같은 교훈을 전한다. 영국의 노동당은 내부 분열과 윤리 논란으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지도부가 공천·윤리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독립적 조사 절차를 제도화했다. 논란을 봉합하는 데 급급하기보다 기준을 공개하고 원칙을 앞세운 선택이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됐다. 독일의 연립정부 역시 정책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사전 합의 문서를 통해 발표 순서와 쟁점을 명확히 관리했다. ‘발표 뒤 수습’이 아니라 ‘합의 뒤 발표’라는 원칙을 지킨 결과, 정치적 소모를 줄이고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
입법과 국정 운영에서도 기본은 같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밀어붙이는 정치가 능사는 아니다. 프랑스는 연금개혁처럼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일수록 쟁점을 압축해 단계적으로 처리했다. 합의 가능한 범위를 먼저 통과시키고, 이후 보완 논의를 이어가는 방식은 갈등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지만, 정치가 마비되는 사태는 피했다. 비스마르크가 말한 “정치는 가능한 것의 예술”이라는 명제는 이런 사례에서 다시 확인된다. 현실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강한 구호가 아니라 가능한 해법을 넓혀가는 기술이다.
야당과의 관계에서도 원칙 위의 대화가 기준이 돼야 한다. 미국 의회에서 초당적 합의를 이끈 주요 입법 사례들은 공통적으로 정책 효과와 재정 영향을 수치로 제시했다. 감정적 언사보다 데이터와 근거로 설득할 때 협치는 현실이 된다. 링컨의 말처럼 여론을 얻으면 어떤 것도 실패하지 않는다. 민생 지표와 현장 성과가 정치의 언어가 돼야 하는 이유다.
지방선거를 앞둔 집권 여당의 태도는 더욱 엄정해야 한다. 겸손은 말이 아니라 태도로 보여야 하고, 유능함은 약속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분열은 사치다. 성과가 곧 메시지다.
한병도 원내대표에게 바란다. 기본을 지키고, 원칙을 세우며, 상식으로 설득하라. 수습은 빠르게, 개혁은 치밀하게, 민생은 집요하게 추진할 때만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의 신뢰는 회복될 수 있다. 정치의 해법은 언제나 기본·원칙·상식에서 출발한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제2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된 한병도 의원(가운데)이 정청래 대표(왼쪽)와 진선미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과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