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2 GV라인. 보급형 전기차 시장이 글로벌 전기차의 새로운 경쟁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기아가 유럽 중심 판매를 겨냥한 소형 전기차 EV2를 지난 10일 공개하면서 BYD·폭스바겐·르노 등과 함께 엔트리급 전기차 시장 경쟁 구도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지금까지 전기차는 중형 이상 차급 위주로 확대됐지만 높은 가격과 원가 부담 탓에 소형 보급형 세그먼트는 공백이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아 EV2 GT라인 실내. EV2는 엔트리급 전기차로 42.2㎾h(킬로와트시)·61㎾h 배터리를 탑재한다. 상위 트림 기준 국제주행기구 표준(WLTP) 복합 약 440㎞ 주행, 10~80% 급속 충전 30분대 수준을 지원한다. 차량-전력망 연동 V2G(차량-그리드 연계) 기능을 제공하며 가격은 2만 유로(약 3397만원)대 초반이 예상된다. 차급?가격을 감안하면 EV2는 유럽 도시형 이동 수요를 정조준한 모델로 평가된다.
BYD 돌핀. 이 시장은 이미 BYD가 가격?물량 기반 우위를 확보한 영역이다. BYD는 돌핀(Dolphin)?시걸(Seagull) 등 엔트리급 전기차로 중국과 신흥국 시장 점유율을 넓혀 왔다. 시걸은 기본형 가격을 1만 달러(약 1459만원) 수준까지 낮춰 시장 가격 기준을 재설정한 모델로 꼽힌다. BYD는 자체 배터리 생산과 수직계열화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반면 폭스바겐, 르노 등 유럽 업체는 생산?공급망 재편 과정과 대중국 규제?관세 논의 속에서 비용 부담과 전략 조정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다.
폭스바겐은 ID.2 및 2만5000 유로(약 4246만원) 이하 전기차 개발 계획을 내놓고 비용 절감을 위한 설계와 유럽산 배터리 조합을 검토 중이다. 르노는 르노 5를 통해 보급형 전기차 시장에 진입한다. 르노 5는 52㎾h 배터리와 WLTP 기준 약 400㎞ 주행, 2만5000유로 안팎 가격을 목표로 하며 유럽 내 생산 통합과 부품 원가 절감을 병행한다. 기존 소형차 경쟁력을 가진 르노의 특성상 EV2와 직접 경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즉 기아 EV2는 BYD 시걸?르노 5?폭스바겐 ID.2 등과 가격?제품 구성에서 교차 경쟁을 벌이되 플랫폼 구조와 V2G·V2L(차량-부하 연계) 같은 전력 연계 기능으로 차별화를 노리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EV2는 유럽의 스마트 그리드 정책 환경과 맞물려 전기차를 이동형 저장장치로 활용하는 사례를 제시한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전력망과 전기차를 연계하는 V2G 시범사업이 확산 중이며 초기 참여 제조사가 장기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보급형 전기차 경쟁 심화의 배경에는 소비자 수요의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초기 전기차 시장은 프리미엄?중형급 중심으로 형성됐지만, 보급 과정에서 가격?충전비?유지비 부담이 부각되면서 소형?엔트리급에 대한 선호가 커졌다. 유럽은 탄소 규제와 연료비 상승으로 전기차 전환 속도가 빠른 지역이지만 중형 이상 EV 가격이 여전히 높은 점이 시장 공백으로 남아 있었다. EV2·ID.2·르노 5 등은 이 구조적 공백을 메우는 모델들이다. 다만 보급 속도는 배터리 가격, 충전 인프라, 전력망 부담, 보조금 정책 등 외부 요인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기아는 EV2를 전면에 내세워 유럽 보급형 전기차 라인업을 구축하고 EV3·EV4 등과 함께 가격·차급별 포트폴리오를 세분화할 계획이다. 업계는 2028년까지 보급형 전기차 시장 본격 경쟁 시기로 보고 있으며 중국?유럽?한국 업체 간에 원가?배터리 기술?인프라?정책 환경을 둘러싼 다층적인 경쟁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재원 기자 jkim@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