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차남의 대학 편입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취업 청탁을 한 중소기업으로부터 ‘민원’을 받아 2022년 국정감사에서 한국도로공사에 질의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도공이 국감 8개월 이후까지 김 의원 질의 관련 ‘후속조치’를 챙겼던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취재를 종합하면 도공은 2023년 6월 국회에 방문해 국도 지능형교통체계(ITS) 사업 업무이관에 대한 설명을 진행했다. 이는 직전 해인 2022년 10월17일 도공 국감에서 김 의원이 질의한 사안에 대한 것이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김 의원은 당시 “ITS 사업 이관이 전면 재검토될 수 있도록 국토교통부와 다시 상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요청으로 도공이 맡아 왔던 국도 ITS 구축·운영사업을 국토부 소속 지방국토관리청으로 이관할 예정이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이 국감에서 국도 ITS 이관 문제를 거론한 건 김 의원이 유일했다. 김 의원은 “올해(2022년) 사업 예산이 3800억원 정도, 내년(2023년)에도 그 정도 예산이 투입될 예정으로 알고 있다. 3년이면 1조가 넘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이관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김 의원 관련 의혹을 폭로해 온 전직 보좌진 측은 이 질의가 김 의원이 차남 취업을 청탁한 ITS 부문 A업체의 민원을 들어준 것이라 폭로했다. A업체는 2022년 기준 도공으로부터 수주한 사업 규모가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김 의원 차남 김모씨는 2023년 3월 숭실대 B학과에 편입했다. B학과는 대학과 계약을 맺은 기업에서 10개월 이상 근무한 현직 근로자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김 의원이 이 조건에 맞는 A업체에 취업을 청탁해 차남 김씨가 편입조건을 충족하도록 만들었다는 의혹이 이미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이 A업체 측 요청으로 국감에서 ITS 구축·운영사업 이전 문제를 거론했다는 것이다.
국감 후 8개월쯤 지난 2023년 6월 도공 측이 국도 ITS 사업 이관 사안을 국회에 설명한 게 새로 확인되면서, 김 의원이 이때까지 A업체 측 민원을 챙긴 것은 아닌지 확인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도공 측은 당시 국회 방문에 대해 김 의원 국감 질의 취지와 반대로 국도 ITS 사업이 지방국토관리청에 이관된 사정을 설명하기 위한 자리였다는 입장이다. 도공 관계자는 “당시 국도 ITS 사업은 지방국토관리청에서 하고 우리는 안 하기로 결정이 났고 그걸 설명하러 국회에 갔던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도공은 국회 방문 설명 이전에도 김 의원 질의에 대한 후속조치를 계속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국토관리청 이관은 그대로 진행하되 ‘지원’을 강화하는 쪽으로 김 의원 질의 취지를 반영하는 식이었다.
도공은 국회에 제출한 ‘2022년도 국정감사 처리결과 보고서’에서 그 후속조치로 “지방국토관리청의 업무수행체계 안정화를 도모하고 전문역량을 육성할 수 있도록 기술지원협의체를 운영하고 국도 ITS 구축·운영 업무의 비효율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토부와 지속적으로 협조하겠다”고 기재했다. 도공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역에서 (국도 ITS 구축·운영 사업을) 하면 도공이 지원하는 식으로 2023년 이후 바뀌었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 측은 차남 취업 청탁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9월 이 의혹이 최초 보도됐을 때 입장문을 통해 “아들은 채용사이트를 통해 A업체에 공채 입사했다”며 “숭실대 입학 조건으로 고졸 대우 최저임금을 받는 대신 회사는 2년간 등록금 중 50%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감 민원성 질의 의혹에 대해서도 “A업체를 질의한 적 없다”며 “윤석열의 무리한 공공기관 인력감축을 질타하는 내용”이라고 했다.
김승환·소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