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일 정치사회부 선임기자
정치는 선의의 경연장이 아니다. 정치는 판단의 세계이고, 경험의 축적이며, 실패를 줄이는 기술이다. 보수는 오랫동안 이 기본을 잊었다. 그 결과가 오늘의 몰락이다. 국민의힘과 보수가 무너진 책임을 한 사람에게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히 말할 수는 있다. 정치 경험이 없고, 판단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들에게 권력과 공천권을 맡긴 선택이 반복되었고, 그때마다 보수는 패배했다.
그 상징적 사례가 바로 고성국·황교안·윤석열·한동훈·장동혁 이 다섯 명이다. 이들은 서로 다른 위치에 있었지만, 같은 오류를 반복했다. 정치를 도덕이나 분노, 확신의 문제로 오해했고 현실 정치가 요구하는 조정과 책임의 무게를 이해하지 못했다.
먼저 고성국이다. 그는 정치인이 아니다. 그는 정치 분석가였고, 유튜버였을 뿐이다. 문제는 그가 분석을 넘어서 판단권과 공천 지분을 요구하기 시작한 순간 발생했다. 2020년 총선 당시 그는 미래통합당이 155석을 얻고, 민주당은 120석에 그칠 것이라 장담했다. 이는 단순한 전망이 아니라 보수 지지층을 향한 정치적 확신의 판매에 가까웠다. 그러나 결과는 민주당 180석, 보수의 역사적 참패였다. 정상적인 정치라면 그 다음은 반성과 침묵이다. 그러나 그는 책임을 지지 않았고, 이제는 지자체장 30곳의 공천을 요구하는 위치에 서 있다. 틀린 판단에 대한 책임은 없고, 영향력에 대한 보상만 요구하는 태도를 아직도 보이고 있다.
다음은 황교안이다.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지도자의 전형이다. 그는 공안검사였고 총리였다. 정당지도자는 아니었다. 그는 선거를 지휘해본 적도, 공천을 조율해본 적도, 계파 갈등을 관리해본 적도 없었다. 그럼에도 박근혜 탄핵 이후 혼란에 빠진 보수는 그를 '도덕적 대안'으로 떠받들었다. 결과는 공천 붕괴였다. 현역 의원들은 대거 탈락했고, 정책 경쟁은 사라졌으며, 선거는 명분 없는 감정 동원으로 전락했다. 정치는 도덕시험이 아니라 현실을 관리하는 기술이라는 사실을 그는 끝내 증명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윤석열은 어땠나. 그는 국정 경험이 없는 권력의 위험 그 자체였다. 대통령 바로 직전 직업이 검사였다. 검사는 기소로 판단하지만, 대통령은 조정과 타협으로 통치한다. 국정 운영 경험, 정당 정치 경험, 연합과 설득의 기술 등 그 어느 것도 준비되지 않은 채 그는 권력의 정점에 섰다. 그 결과 국정은 늘 대결구도로 흘렀고, 정치는 수사처럼 '적과 아군'을 가르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보수는 집권했지만 국정을 안정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그럼 윤의 절친 한동훈은? 그는 책임을 지지 않는 심판자의 정치를 한다. 그는 지난 총선 패배의 공동 책임자다. 공천 실패, 전략 부재, '검사 정치' 이미지 방치는 참패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책임자가 아니라 비판자의 위치에 섰다. 계엄 정국에서도 그는 당의 출구 전략을 설계하기보다 도덕적 선언에 머물렀다. "나는 옳았고, 당이 문제였다"는 메시지는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자기면책이다. 김대중이 말했듯, "책임을 진 사람은 말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한동훈은 오히려 말을 늘렸다.
장동혁은 판단의 경계선을 넘어 섰다. 그는 당 대표로서 고성국을 입당시켰다. 입당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그 입당이 정당의 공천 질서를 흔드는 신호로 작동했다는 점이다. 이는 정치 경험이나 행정 능력이 검증되지 않아도 영향력만 있으면 공천 논의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나쁜 신호다. 정치경험이 충분했다면 분석가와 정치인의 경계를 분명히 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 선은 지켜지지 않았고, 정당은 끌려다니는 조직이 됐다.
이 다섯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정치 경험 부족, 과잉된 확신, 검증되지 않은 판단, 그리고 책임 회피다. 보수는 이 유형을 반복적으로 선택했고 그때마다 무너졌다. 보수 재건은 인물 교체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잘못된 판단 구조를 끊어내는 결단에서 시작된다. 정치는 영웅을 원하지 않는다. 정치는 경험 있고, 책임질 줄 아는 판단자를 원한다. 보수가 다시 서려면 이 미숙한 영웅 서사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아주경제=김두일 선임기자 dikim@a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