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 칼럼] K자형 성장의 해법, 분배가 아니라 기업가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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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상 칼럼] K자형 성장의 해법, 분배가 아니라 기업가정신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 경제가 K자형 성장이라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성장률 2%라는 숫자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그 숫자가 국민 다수의 삶으로 이어질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평균은 오르는데 체감은 멈춘 경제, 바로 ‘평균의 함정’이다.
 
K자형 성장은 단순한 양극화가 아니다. 회복의 방향 자체가 갈라진다. 기술·자본·금융을 쥔 상단은 빠르게 올라가지만, 청년·중소기업·지방이 위치한 하단은 정체되거나 더 내려간다. 이 현상을 분배의 문제로만 접근하면 처방은 늘 늦다. 분배는 결과를 나누는 정책이지만, K자형 성장은 애초에 기회가 어디에서 만들어지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다시 꺼내야 할 단어가 기업가정신이다.
기업가정신은 창업가 몇 명의 용기나 미담이 아니다. 경제 전체로 보면 그것은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기회를 열어 구조를 바꾸는 힘이다. K자형 성장은 이 힘이 상단에만 머물고 하단으로 확산되지 못할 때 나타난다. 지금 한국 경제의 문제는 기업가정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기업가정신이 일부 영역에 갇혀 있다는 데 있다.
 
해외 사례는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쟁력은 천재의 숫자가 아니라 실패를 흡수하는 제도에 있다. 파산이 곧 낙인이 되지 않고, 실패가 다음 도전의 자산으로 전환되는 구조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가 실제로 작동하는 환경이다. 파괴 이후 다시 창조가 가능할 때, 성장은 특정 기업의 부가 아니라 산업 전체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독일의 미텔슈탄트는 다른 길을 보여준다. 독일은 대기업 중심의 고속 성장을 택하지 않았다. 대신 기술력을 가진 중소·중견기업이 지역에 뿌리내리는 구조를 만들었다. 단기 수익보다 장기 기술 축적을 선택했고, 금융과 직업교육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했다. 프리드리히 리스트가 말한 것처럼 “국가의 부는 교환이 아니라 생산력에서 나온다”는 명제가 산업 현장에서 구현된 셈이다. 그래서 독일의 성장은 급격히 갈라지는 K자형이 아니라, 완만하지만 넓게 이어지는 형태를 띤다.
 
이스라엘은 규모의 한계를 제도로 극복한 사례다. 군 복무, 대학, 연구소, 벤처자본이 하나의 순환 고리를 이루며 청년에게 위험을 감수할 기회를 제공했다. 실패가능성이 높아도 도전할 수 있었고, 실패는 다시 노동시장과 창업 생태계로 흡수됐다. 폴 로머가 말했듯 성장은 아이디어에서 나오지만, 아이디어는 제도가 있을 때 확산된다. 이스라엘의 기업가정신은 개인의 배짱이 아니라 국가가 설계한 선택지였다.
 
북유럽 국가들 역시 오해를 받는다. 복지국가라는 이미지는 결과일 뿐이다. 그 이전에 있었던 것은 도전의 자유였다. 창업 실패의 사회적 비용을 낮추고, 재교육과 재도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안전망을 먼저 구축했다. 아마르티아 센이 말한 ‘능력의 확장’, 즉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넓히는 정책이 기업가정신의 토양이 됐다. 그래서 분배를 크게 외치지 않아도 격차가 과도하게 벌어지지 않았다.
이 모든 사례가 던지는 메시지는 하나다. K자형 성장은 성장률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가정신이 어디까지 확산됐느냐의 문제라는 점이다. 상단의 기업가정신은 이미 충분하다. 문제는 하단으로 내려갈 사다리가 끊어져 있다는 데 있다.
 
청년형 ISA, 국민성장펀드, 지방 전용펀드 같은 정책이 의미를 가지려면 단순한 혜택에 그쳐서는 안 된다. 실패해도 다시 시도할 수 있는가, 지방에서 시작해도 확장할 수 있는가, 자본이 단기 수익이 아니라 장기 실험을 감수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정책은 숫자로만 남는다.
 
피터 드러커는 “가장 위험한 것은 위험을 피하려는 전략”이라고 했다. K자형 성장의 하단에 있는 이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보호만이 아니다. 책임질 수 있는 도전의 기회다. 기업가정신은 분배를 대체하지 않는다. 그러나 분배가 의미를 갖기 위한 전제다.
 
성장은 평균으로 평가되지만, 사회의 방향은 선택으로 결정된다. K자형 성장이라는 도전에 대한 해법은 분명하다. 기업가정신을 일부의 특권이 아니라 다수의 선택지로 만드는 것. 그래야 갈라진 성장의 K선은 다시 이어질 수 있다. 그래픽노트북LM[그래픽=노트북LM]
 
앙트레프레뉴어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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