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울산 HD에서 트레블(3관왕) 이루는 대신에 군 복무 3년 vs 김천 상무 우승 후 조기 전역.’ 한 축구팬이 이동경(울산)에게 물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내가 1년 반 군 복무하고 돌아와서 트레블을 이끌겠다. 군 복무 3년은 절대 안 된다”고 웃었다. 울산의 남자로 다시 태어난 이동경이 울산의 부활을 이끈다.
지난해 K리그1에서 가장 빛났다. 이동경은 정규리그 36경기에서 13골 12도움으로 공격 포인트 1위를 기록했다. 생애 첫 최우수선수(MVP)의 영광도 누렸다. 하지만 마음껏 기뻐할 수 없었다. 활약상 대부분이 김천에서 나왔고, 울산은 강등권에서 허덕이다 어렵게 잔류했다. 이제는 마음 편하게 울산만 생각한다. 이동경은 “올해는 팬들이 웃을 일이 많도록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잘하겠다”며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김천 이동경 기량이 만개했다. 2024년 4월 입대한 이동경은 김천에서 프로 커리어 하이를 달렸다. 줄곧 좋은 훈련 환경, 시설 등이 한몫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진짜 비결은 따로 있다. 이동경은 “가장 중요한 건 훈련 말고는 할 게 없었다. 할 수 있는 게 정말 없어서 운동만 많이 했다”며 “그러니 몸 상태나 컨디션이 좋았던 것 같다”고 웃었다.
하고 싶은 건 없었지만, 해야 할 일은 있었다. 김천은 군부대라는 특성상 감독, 선수 모두 당직과 불침번을 서야 한다. 감독이 당직을 설 땐 선수 한 명과 함께, 꼬박 밤을 새운다. 수장과의 시간, 모두에게 쉽지 않았을 터. 낮은 기수 선수들끼리 골대 맞추기로 당직자를 정했다.
뛰어난 실력은 물론 운까지 좋았던 이동경은 한 번도 감독과 당직을 서지 않았다. 그는 “(정정용) 감독님이 편하게 해주실 때도 많지만 FM 같은 부분이 있으셔서, 선수들은 골대 맞히기를 정말 집중해서 했다”며 “주로 어린 선수들이 많이 걸렸다. 의외로 골키퍼들이 골대를 잘 맞춘다. 항상 빨리 맞추고 나가더라”고 설명했다.
모두 잠든 밤 잊지 못할 추억도 하나 쌓았다. 같은 생활관을 쓰던 이동경과 동기 이승원(강원FC)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둘 다 잘해서 상을 받자”는 대화를 나누며 잠에 들었다. 상상은 현실이 됐다. 이동경은 MVP를 받았고, 이승원 역시 1골 6도움을 기록하며 영플레어상을 받았다. 이동경은 “둘이서 한 얘기가 있었는데, 둘 다 이뤄서 정말 기뻤다”고 미소 지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다시 울산 이동경 이동경은 지난해 10월 말 전역했다. 2경기에서 1골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11월9일 수원FC전에서 갈비뼈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교체 카드가 없던 상황 탓에 통증을 참고 풀타임을 소화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후에야 쓰러졌다.
이동경은 “엉키면서 넘어져서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인지를 못했는데 숨이 안 쉬어지더라. 움직일 때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나서 뼈가 부러졌구나 싶었다”며 “그날 승리해서 안정권에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이후에도 마음 졸이면서 쉬었다. 그래도 승강 플레이오프(PO)를 안 가고 끝날 수 있어서 다행이다. 부천-수원 승강 PO를 갔는데, 정말 쉽지 않아 보였다”고 말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상승곡선을 그리는 기량과 함께 빅리그를 향한 열정도 다시 타오른다. 이동경은 2022년 독일에 진출해 샬케04, 한자로스토크에서 임대 생활을 했다. 순탄치 않은 축구 인생에 2023년 울산으로 컴백했다. 그는 “당연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지난해에 우승했다면 걱정, 고민 안 하고 갔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팀 사정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만약 가게 되면 독일에서 실패하고 왔기에 독일에 다시 가서 성공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도 있지만, 한국 선수들이 영국 챔피언십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어 흥미로운 무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선은 2026시즌으로 향한다. 이동경과 울산은 지난 6일 아랍에미리트(UAE) 알 아인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올해도 자신의 한 해로 만들 수 있도록 달린다. 그는 “앞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우승했을 때는 자리를 지키는 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를 몰랐다. 이제는 그 어려움과 소중함을 알았기에 더 잘 준비할 것”이라면서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고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