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비스 맥주 마시면 복 들어온다고?…일본 토종 신 도미 든 남성의 역할[일본人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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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비스 맥주 마시면 복 들어온다고?…일본 토종 신 도미 든 남성의 역할[일본人사이드]

맥주가 맛있다는 일본에서 돈 좀 주고 마시는 맥주를 꼽으면 에비스 맥주가 아닐까 싶습니다. 금색 캔에 푸근한 이미지를 가진 한 남성이 그려진 에비스 맥주인데요. 이 남성의 이름이 바로 에비스입니다. 일본의 신들 가운데 상당수는 불교나 도교에서 유래했지만, 에비스는 드물게 일본에서 태어난 토종 신입니다. 오늘은 에비스 맥주의 마스코트이자 일본인에게 유독 친숙한 신인 에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도미와 낚싯대 든 어민들의 수호신

에비스는 헤이안 시대(8세기 말~12세기 말) 기록에도 남아있는 일본의 오래된 신입니다. 낚싯대와 도미 한 마리를 들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죠. 바다를 관장해 어민들의 수호신으로도 불리는데요.


이는 탄생 설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일본의 창조신이 처음으로 낳은 자식이 에비스인데, 갈대로 만든 배에 실려 바다로 떠내려가게 됐다고 합니다. 그렇게 떠다니다 육지에 무사히 도착했다는데요. 바다 건너에서 오는 것은 예로부터 복을 가져다준다고 일본인은 믿었다고 해요. 이 때문에 어민들로부터 배를 지켜주고 만선을 이뤄주는 신으로 여겨진다고 하죠.


이후 에비스는 생선을 사고파는 항구와 시장의 수호신으로도 숭상받게 됩니다. 시장경제가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장사의 신, 번영의 신이라는 이미지가 덧붙여졌죠. 통통한 얼굴과 큰 귓불, 늘 웃고 있는 표정 역시 복을 부른다고 여겨졌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런 얼굴을 두고 '에비스 얼굴'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우리말로 치면 '복스럽게 생긴 얼굴'에 가깝습니다.


에비스는 일본에서 행운과 복을 가져온다고 여겨지는 '칠복신' 가운데 유일한 토종 신입니다. 나머지 여섯 신은 인도 밀교와 중국 도교에서 건너온 존재들이죠. 토종 신인 만큼, 지금도 에비스를 섬기는 풍습은 일본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간사이 지방에서는 매년 1월 10일, 한 해 장사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축제인 '토오카에비스'가 열립니다. 이 시기에는 에비스 맥주로 건배하는 풍경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프리미엄 맥주 대표 주자…럭키 에비스도 있어요

에비스 맥주는 1890년 탄생한 장수 브랜드입니다. 지금은 삿포로 맥주가 소유하고 있지만, 에비스는 시작부터 방향이 분명했습니다. 맥주의 본고장 독일을 그대로 따라가자는 것이었죠. 독일제 양조 설비를 들여오고, 독일인 양조 기술자를 초빙해 제조법까지 독일식 기준을 고집했습니다.


여기에 신까지 그려진 맥주라서 그런지, 에비스는 값은 좀 나가도 질이 좋은 프리미엄 맥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때는 광고 문구로 '나를 위한 작은 사치'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죠. 지금도 일본에서는 명절이나 경삿날 선물로 에비스를 고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비스를 마스코트로 사용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설이 있습니다. 맥주가 잘 팔려 사업이 번창하길 바라는 의미였다는 이야기, 일본의 안녕을 기원하며 복의 신을 내세웠다는 설명 등이 전해집니다. 이유가 무엇이든, 에비스의 푸근한 얼굴은 판매 초기부터 지금까지 브랜드의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아는 사람만 안다는 숨은 설정도 있습니다. 바로 '럭키 에비스'입니다. 일본에서 유통되는 에비스 병맥주 중에는 수백분의 1 확률로, 도미를 두 마리 들고 있는 에비스가 등장합니다. 일반 라벨에서는 에비스가 왼쪽 겨드랑이에 도미 한 마리를 안고 있지만, 럭키 에비스를 보면 뒤쪽 바구니에 이미 잡은 도미가 한 마리 더 들어 있습니다. 길하다는 도미가 무려 두 마리나 등장하는 것인데요.


이 럭키 에비스는 1998년부터 유통되기 시작해 맥주 애호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고 합니다. 지금도 럭키 에비스를 발견한 사람들의 인증샷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맥주캔에도 럭키 에비스가 있었지만, 지금은 병맥주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고 하네요. 참고로 에비스 맥주 기념관 입구에 전시된 수백 병의 에비스 캔맥주 중에도, 딱 한 캔의 럭키 에비스가 숨어 있다고 합니다. 눈썰미가 있는 분은 직접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또 하나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에비스가 어업의 신인데도 항상 도미 한 마리만 들고 있는 이유는 '지족(知足)', 즉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하고 더 욕심내지 않는 마음을 상징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에도 시대의 선승이자 화가였던 센가이는 에비스 그림을 그리고 나서 항상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족함을 알기에 복의 신이 있나니, 두 마리 도미를 낚는 에비스는 존재하지 않는다"고요.


그렇다면 두 마리 도미를 들고 있는 럭키 에비스는 정말 더 큰 행운일까요, 아니면 지족을 벗어난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존재일까요? 여유로운 주말, 맥주 한잔하시면서 고민해보시죠.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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