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진업 기자]영화계의 영원한 국민 배우 고(故) 안성기가 마지막 가는 길에 30여 년 전 어린 아들에게 남겼던 진심 어린 편지가 공개되어 영결식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엄수된 영결식에서 고인의 장남 안다빈 작가는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회고사와 함께 고인이 1993년 작성한 편지 한 통을 낭독했다. 안 작가는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도중 밀려오는 슬픔에 북받쳐 오르는 눈물을 연신 훔쳐내며 힘겹게 목소리를 이어갔다.
안 작가는 “아버지가 안 계신 서재에서 예전부터 버리지 않고 소중히 모아두신 것을 발견했다”며 당시 다섯 살이었던 자신에게 아버지가 써준 편지를 소개했다. 30여 년의 세월이 흘러 빛바랜 종이 위에는 아들을 향한 고인의 극진한 사랑과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편지 속에서 고인은 “다빈아 이 세상에 네가 처음 태어나던 날 아빠를 꼭 빼어닮은 외모, 아빠 주먹보다 작은 네 얼굴을 처음 보는 순간 눈물이 글썽거렸다”며 아들을 처음 마주했던 감격적인 순간을 회상했다. 이어 아들이 항상 겸손하고 정직하며 남을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기를 당부했다.
고인은 또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시간을 꼭 지킬 줄 알며 실패나 슬픔을 마음의 평화로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고 적었다. 특히 남자로서 야망과 용기를 잃지 말고 어려움 앞에서도 끝까지 도전할 것을 격려하는 한편, 동생 필립 군을 위해 기도할 줄 아는 형이 되어달라는 따뜻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무엇보다 편지의 마지막에 적힌 “이 세상에서 참으로 바꿀 수 없이 필요한 것은 착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아라”라는 문구는 평생을 겸손하고 정직하게 살아오며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었던 고인의 삶 그 자체를 대변하는 듯하여 참석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안 작가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버지의 마지막 가르침을 낭독하며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한국 영화계의 거목 안성기는 이처럼 마지막 순간까지도 인간적인 울림과 따뜻한 유산을 남긴 채 영면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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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안성기가 1993년 아들에게 쓴 편지 전문]
다빈아 이 세상에 네가 처음 태어나던 날 아빠를 꼭 빼어닮은 외모, 아빠 주먹보다 작은 네 얼굴을 처음 보는 순간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런데 벌써 이만큼 커서 의젓해진 모습을 보니 이 세상 아무것도 부러울 게 없구나.
아빠는 다빈이가 항상 겸손하고 정직하며 남을 사랑할 줄 아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시간을 꼭 지킬 줄 알며 실패나 슬픔을 마음의 평화로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남자는 야망과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 어려움 앞에서도 자신을 잃지 말고 끝까지 도전해 봐라. 동생 필립이가 있다는 걸 늘 기쁘게 생각하고, 동생을 위해 기도할 줄 아는 형이 되거라. 이 세상에서 참으로 바꿀 수 없이 필요한 것은 착한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아라.
1993년,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