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나오세요!”…장안동 다가구 주택 화재, 소화기 들고 뛰어든 ‘숨은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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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오세요!”…장안동 다가구 주택 화재, 소화기 들고 뛰어든 ‘숨은 영웅’
지난 12월 30일 오후 6시 57분.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다가구주택 3층 계단에서 불이 났다. 계단은 주민이 밖으로 대피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연기가 순식간에 퍼지면 사람들은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다가구주택 화재 현장. 동대문구 제공 그때 인근에 살던 정택은(61) 씨가 뛰어들었다. 정 씨는 자신의 사무실에 있던 소화기를 들고 곧바로 화재 현장으로 달려가, 불길이 커지기 전 계단에 소화기를 분사하며 초기 진화에 나섰다. 동시에 “밖으로 나오세요”라고 외치며 주민들을 깨웠고, 주민 4명을 대피시키는 데 힘을 보탰다.

서울 동대문구는 정 씨의 대응을 ‘숨은 영웅’의 행동으로 평가하고 공을 기리기 위해 구청장 표창을 추진한다고 9일 밝혔다. 구는 보건복지부에 의상자 지정도 신청할 계획이며, 서울시 안전상 추천도 검토 중이다. 의상자로 지정될 경우 등급에 따라 특별위로금 등을 받을 수 있다.

구에 따르면 정 씨는 사단법인 대한인명구조단(일명 911구조단) 동대문지부 단장이다. 그는 거동이 불편한 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소원행 911’ 활동을 이어오고, 요양원 휠체어를 수리하거나 창신동 달동네의 오래된 화장실을 손보는 일에도 참여해왔다.

화재 현장에서 불을 초기 진화하고 주민들을 대피시킨 정택은(61) 씨. 동대문구 제공 다만 이번 화재 대응 과정에서 정 씨도 큰 위험을 겪었다. 정 씨는 유독가스를 과다 흡입해 왕십리에 있는 화상전문병원으로 이송됐고, 산소호흡기 치료를 받은 뒤 지난 4일 퇴원했다. 현재도 통원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이필형 구청장은 “정택은 단장의 신속하고 용감한 대응 덕분에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이웃을 위해 몸을 내민 시민의 헌신이야말로 지역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든든한 힘”이라고 말했다.

김세희 기자 saehee012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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