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과징금 제재 개선 방침에 관해 “과징금 강화라기보다는 과징금 수준의 합리화”라고 말했다. ‘온라인플랫폼법’(온플법)이 미국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해석에는 “당연히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공정위는 국내 전분당 시장을 과점하는 업체들의 담합 의혹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연합뉴스 주 위원장은 8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생 분야 담합 사건에 대해 사건 처리 전담팀을 운영해 신속히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에 제기된 설탕, 돼지고기, 밀가루뿐 아니라 전분당(포도당·물엿 등 감미당류)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전분당은 전분을 산 또는 당화효소로 가수분해해 얻은 당류를 주체로 한 제품이다. 물엿이나 과당, 올리고당 등이 전분당에 해당하고 과자, 음료, 유제품 등을 만들 때 원료로 쓰인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분당 시장은 대상, 삼양, 사조CPK, 제일제당이 과점하고 있으며 이들 4개 업체가 공정위의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위원장은 법을 반복해서 위반했을 때 과징금을 최대 100%까지 가중하도록 제도를 개편하는 것에 대해 “과징금 수준의 합리화”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경우의 과징금 한도율을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보다 훨씬 제재 수준 낮다”며 “기업이 성장한 만큼 규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물을 수 있는 수준으로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법을 1차례 이상 위반하면 ‘10% 이상 20% 미만’으로 돼 있는 과징금 가중을 ‘40% 초과 50% 이하’로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4차례 이상 위반하는 경우 ‘90% 초과 100% 이하’로 가중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시장지배력이 있는 사업자가 부당하게 가격을 결정하는 행위(시장 지위 남용)를 할 때 부과하는 과징금 한도 비율을 관련 매출액의 6%에서 20%로 올린다. 정액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우 상한선을 2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높인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상거래 질서를 규제할 온플법이 미국 기업을 겨냥한다는 일각의 해석에 주 위원장은 “당연히 미국 기업을 타겟팅한 법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온라인 상거래 플랫폼 사업자와의 거래 중 이뤄질 수 있는 여러 불공정 거래나 갑을관계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사후 규제 중심”이라며 “쿠팡도 있겠지만 네이버 등 다양한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에게도 적용된다. 비차별 원칙이 엄격히 적용되는 법”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형사업자를 사전에 정해놓고 행위를 규제하거나 독점사업자의 지배력 남용 문제 및 소비자 후생을 해치는 행위를 규제하는 그런 법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경기·인천을 관할한 경인사무소를 3월 초 경기 안양시에 개소할 계획이다. 서울·경기·인천·강원에 이르는 현재 서울사무소의 관할권을 조정하기 위해 경인 사무소를 새로 설치한다. 주 위원장은 “정원 약 50명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며 “서울사무소와 본부 인력을 일부 재배치하는 등 대부분을 조사 경력이 있는 직원으로 충원할 예정”이라고 경인사무소 운영 계획을 설명했다.
세종=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