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인사이트]미국식 전면적 집단소송제 반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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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인사이트]미국식 전면적 집단소송제 반대한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집단소송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아시아경제는 지난 12월 23~26일 [집단소송 도입되나] 기획시리즈 기사 3편을 보도했다. 현행 법에 도입돼 있는 공동소송, 단체소송, 증권 관련 집단소송 현황과 미국식·유럽식 집단소송의 차이점, 가장 강력한 미국식과 범위·절차가 제한된 유럽식의 장단점을 보여주고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혼합형’ 모델이 적합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제시했다.


국회에는 현재 백혜련, 박주민, 차규근, 전용기, 이학영, 한창민, 김남근, 오기형 의원(법안 발의순) 등이 대표발의한 8개 법안이 제출돼 있다. 핵심은 대상 범위와 절차 방식이다.


범위는 ▲모든 분야(백혜련 안, 오기형 안) ▲소비자 피해(박주민 안, 이학영 안) ▲개인정보(전용기 안, 김남근 안) ▲금융거래 특화(한창민 안)으로 나뉜다.


절차는 법원 허가 여부 등이 있지만 크게는 미국식과 유럽식이 있다. 미국식은 대표당사자를 정하고(클래스액션) 소송제외 의사표시를 하지 않는 한 모든 피해자가 승소 혜택(배상금)을 받는(옵트아웃) 것으로 백혜련 안, 박주민 안, 전용기 안, 오기형 안이 해당된다. 유럽식은 소비자단체, 공익단체 등이 피해 유발 기업의 공통 의무·책임을 먼저 확정하고 개인별 채권을 신고받아 확정하는(옵트인) 것으로 이학영 안, 김남근 안이 해당된다.


이쯤에서 문재인 정부 때인 2020년 법무부가 만들었지만 도입에 실패한 집단소송법 제정안 주요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강력한 집단소송제인 미국식이었다. 대상 범위는 전 분야로 일반적·전면적 집단소송제였고, 집단소송의 확정판결은 제외신고를 하지 않은 구성원에 대하여도 그 효력이 미치도록 한 옵트아웃 방식이었다.


도입에 실패한 이유는 재계 등의 소송 남발 우려가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일부 로펌들은 소비자의 집단소송을 부추기며 집단소송을 ‘영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2012년 설립된 ‘리 소송 그룹’이라는 미국 로펌이 집단소송 시장이 뛰어들면서 소송 건수가 급증했고, 법원 시스템이 과부하 상태에 놓이거나 변호사들이 거액의 합의금만 챙긴다는 우려도 잇따랐다.


아시아경제는 기획시리즈 기사에서 다수 피해 손해 양상이 비교적 획일적인 사건에만 미국식을 도입하고, 그렇지 않은 대부분 경우에는 유럽식으로 하는 등 우리나라에 적합한 한국형 집단소송제를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제시했다. 또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를 대신해 소송을 벌일 주체를 제한하되 가급적 많은 단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개인적으로 볼 때, 대상 범위는 개인정보와 소비자 피해에 국한하는 게 바람직한 것 같다. 금융 분야도 현행대로 주가조작, 허위공시 등으로 한정해야 한다. 불완전판매는 각각의 다양한 사정이 있기 때문에 동일 피해를 대상으로 하는 집단소송 취지에는 맞지 않는 것 같다. 담합 등 경쟁법 분야는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현재는 과징금 부과로 대응하고 있는데, 실제 피해를 본 사람에게 아무런 혜택 없이 결과적으로 국고로 과징금이 돌아간다는 점에서 불합리하다.


지금은 집단소송제 도입에 대해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0년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너무 지나치지 않게 중용(中庸)의 도(道)를 잘 지켜서 우리나라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으면 한다.






정재형 세종중부취재본부장·경제정책 스페셜리스트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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