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기체와 충돌한 콘크리트 소재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둔덕이 없었다면 탑승객 전원이 생존했을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 역시 해당 시설이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하면서 이번 참사가 ‘예고된 인재(人災)’였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2024년 12월 3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관계자들을 비롯한 한미합동조사단이 기체와 로컬라이저(방위각표시시설)가 있는 둔덕 등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8일 국회 ‘12·29 여객기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국민의힘 간사인 김은혜 의원이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로부터 제출받은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용역을 수행한 한국전산구조공학회는 슈퍼컴퓨터를 활용해 제주항공기 사고 당시 상황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활주로 끝단에 설치된 높이 2.26m의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을 경우 사고기는 동체 착륙 후 약 770m를 활주하며 서서히 멈춰 섰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 과정에서 기체에 가해지는 충격이 크지 않아 탑승객 181명 전원이 생존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또한 둔덕이 규정대로 ‘부서지기 쉬운 구조’였다면 공항 담장을 뚫고 논밭으로 이탈하더라도 중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는 최근 김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통해 “무안공항 로컬라이저 시설이 공항 안전 운영 기준에 미부합했다”고 밝히며 규정 위반 사실을 처음으로 시인했다. 사고 초기 “법 위반은 없었다”고 강변했던 정부가 참사 발생 1년여 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제주항공기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명백한 인재임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만큼 진실을 은폐해 온 항철위는 즉각 사과하라”고 성토했다. 협의회는 “유가족을 기만하고 조사 자료를 밀실에서 다뤄온 조사기구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국정조사를 통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무안=김선덕 기자 sd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