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내부에서 방첩·보안·수사·신원조사에 이르는 방대한 권한을 행사했던 국군방첩사령부가 12·3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49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국방부장관 직속기구인 내란극복·미래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는 8일 방첩사라는 단일 부대에 집중됐던 핵심 기능을 서로 다른 조직에 분산하는 방안을 국방부에 권고했다. 이를 두고 수사·방첩을 포함한 주요 업무 효율성 저하와 국군정보사령부·사이버작전사령부·777부대·드론작전사령부 등 군 내 정보작전 부대 통제 문제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9일 오후 경기 과천시 국군방첩사령부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방첩사 기능 대대적 축소·분산 과거 방첩사는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국군보안사령부→기무사령부→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바뀌었지만, 기능과 권한은 유지됐다. 하지만 계엄 당시 여인형 당시 사령관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활동을 한 것이 드러나면서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해체 여론이 힘이 실렸다. 실제로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해 8월 방첩사 해체 및 기능 분산을 제시한 바 있다.
자문위의 권고안도 큰 틀에선 국정기획위와 같은 맥락이다. 안보수사 기능을 국방부 조사본부로, 방첩·방산·대테러 정보활동과 방산·사이버보안은 국방안보정보원(가칭)으로, 보안감사는 중앙보안감사단(가칭)으로 이관하며, 세평 수집과 동향조사 등을 폐지하도록 했다. 국방안보정보원의 수장은 민간 인력으로 임명하고, 조직 규모는 기존 방첩사 대비 축소할 것을 국방부에 권고했다. 중앙보안감사단의 보안감사 대상은 육·해·공군본부와 작전사령부급 이상 부대로 한정하고, 군단급 이하 부대에 대한 일반 보안감사는 각 군으로 이관하도록 했다. 장성급 인사검증 지원은 중앙보안감사단이 기초자료 수집만 수행하며, 국방부 감사관실의 지휘·통제를 받도록 했다. 방첩사가 사실상 공중분해 수준으로 개편되는 것으로서, 향후 계엄 사태가 재발할 위험을 철저히 차단하려는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제 장치도 곳곳에 설치됐다. 내부 통제 방안으로 국방부 내에 국장급 기구인 정보보안정책관(가칭)을 신설해 국방안보정보원과 중앙보안감사단 및 국방정보본부의 업무를 지휘·통제하고 군 정보·보안 정책 발전을 총괄하도록 했다. 또한 국방안보정보원의 활동기본지침을 제정해 국회에 보고하고 정기적인 업무보고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업무효율·견제 저하 등 우려 자문위와 국방부는 세부 기능의 전문성과 기관 간 ‘견제와 균형’에 초점을 맞췄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공 및 기밀유출 관련 대응에서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군사기밀유출 및 간첩 행위 등은 ‘골든 타임’을 놓칠 경우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한다. 자문위는 방첩사 해체 이후에도 안보수사, 방첩정보, 보안감사 기관 간 업무를 공유, 연계할 수 있도록 안보수사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권고했지만,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군 당국이 정보사와 사이버사, 드론작전사령부 등 군 내에서 높은 수준의 기밀이 적용되는 부대들에 대한 통제력 문제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방첩사는 계엄 이전에도 정보사와 사이버사, 드론사 내부에서 실시하는 활동 내역을 모니터링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방첩·보안 기능이 방첩사에 한데 모여 있던 시절에도 통제가 쉽지 않았던 상황에서, 주요 기능이 분산될 경우에 이들 부대에 대한 모니터링이 강화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계엄 사태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병력을 보냈던 정보사에 대한 개편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엔 방첩사가 주된 내용이었다”며 “정보본부령 개정을 통해서 방향이 결정될 텐데, 내부 통제 강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