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건 메모리 단가가 급등한 영향이 컸다. 메모리 수요 급증에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가격 상승이 나타났다. 8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PC 등 각종 전자기기에 널리 쓰이는 범용 제품 'DDR4 8Gb 1Gx8' 가격 급등은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65달러에 불과했다. 12월까지 내리 우상향만 그린 끝에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9.3달러에 달했다. 이는 메모리의 종전 슈퍼사이클로 불린 2018년에 기록했던 최고가 8.19달러보다도 높은 액수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이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 4000억원으로 저점을 찍고 3분기(7조원)부터 반등한 건 이 같은 단가 추이와 궤를 같이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범용 D램 가격이 급등하며 D램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53%로 상승했다"며 "DS부문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전사 실적 성장을 이끌었을 것"이라고 했다.
메모리 중에서도 전통적으로 고부가 제품으로 통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도 가격 상승 대열에 합류하면서 DS의 수익을 더욱 높이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HBM은 올해부터 시장에서 6세대인 HBM4가 본격적으로 양산되고 전환기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앞선 세대인 HBM3E의 수요가 줄어들지 않으면서 가격이 오르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엔비디아가 중국으로의 수출 길이 다시 열린 H200에 HBM3E를 탑재하기로 하면서 대량 양산이 필요해졌고 구글·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주문도 역시 적지 않은 영향 탓으로 보인다. 실제 시장에선 HBM3E 8단은 300달러 안팎, HBM3E 12단은 300~500달러 수준까지 가격이 오른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발맞춰 올해 HBM3E의 계약 단가를 기존보다 약 20% 인상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도 알려졌다.
범용 D램 가격은 지난 분기보다 약 46%나 올라 수익성을 더욱 증폭시켰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서버 중심의 주문 강도가 매우 강한 상황"이라며 "(당초 예상보다) D램의 평균 가격지표의 상승 폭은 31%, 낸드는 18%로 상향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강조한 기술력 복원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고객사에 공급 반도체 부문을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은 최근 신년사에서 "고객사들로부터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특히 HBM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기술에 관해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현 기술력을 유지할 경우, 삼성전자가 전례 없는 연간 영업이익 100조원까지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매출이 약 438조원, 영업이익이 약 113~15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올해는 전환점을 마련한 HBM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루빈'에 맞춘 HBM4가 양산되는 등 전체 출하량이 전년 대비 3배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낸드 판매수익과 파운드리의 적자 개선도 더해지며 수익성을 더욱 높일 것이란 추측이 지배적이다. 낸드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유니버설 플래시 스토리지(UFS) 등 특정 모듈 제품들의 가격이 25~35% 오르며 메모리에 못지않은 수익 효과를 안겨다 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파운드리는 지난해 7월 미국 테슬라와 약 23조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맺었고 AMD로부터도 최근 2나노(nm=10억분의 1m) 칩 수주도 앞둔 것으로 알려져 수익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을 엿보이고 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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