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취임 넉 달 만에 내놓은 ‘뒤늦은’ 계엄 사과에 대해 리더십 위기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 장 대표가 결국 당 내외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 대표가 고수해온 지지층 결집과 자강 노선이 당 지지율 반등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지방선거 패배의 위기감이 현실화한 영향도 크다. 당내에서는 노선 전환에 대한 안도감과 의구심이 교차하는 분위기다.
7일 장 대표의 계엄 사과 및 쇄신안 발표는 당일 오전 기자회견을 약 1시간가량 앞둔 시점에 긴급 공지됐다. 전날까지도 지도부가 기자회견 제목과 시점을 두고 장고를 거듭한 탓이다. 지도부는 마지막까지 계엄 사과 수위 등을 놓고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당 쇄신안 등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고심 끝에 결국 장 대표가 전격적인 노선 전환을 선언한 후 국민의힘 내에서는 “변화를 시작하겠다는 선언에 적극 환영한다“(오세훈 서울시장)는 호평과 “재건축 수준의 혁신이 필요한데 내부 ‘인테리어’ 수준에 머물렀다”(초재선 모임 ‘대안과 미래’)는 혹평이 엇갈렸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언급 부재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소장파 김재섭 의원은 ‘대안과 미래’ 단체대화방에서 “윤석열과의 단호한 절연 메시지 부재는 치명적”이라며 “하나마나한 한가한 소리로 들릴 것”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도 유튜브에 출연해 “계엄을 제대로 극복해야 하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이 필요하다”며 “이걸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계엄이 잘못됐다는 것은 계엄을 한 사람도 잘못했다는 선언”(영남권 초선 의원)이라며 사실상 이번 사과를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대구·경북(TK) 중진 의원도 “절연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 없이 윤 전 대통령 탈당으로 끝난 문제”라며 “오늘 발표된 쇄신안은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차원에서는 충분하다”고 옹호했다.
계엄 사과 수위를 두고도 “이정도면 됐다”는 긍정 평가가 적지 않다. 장 대표가 지난해 비상계엄 1년 메시지에서 윤 전 대통령의 계엄을 더불어민주당의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규정하며 계엄 사과 요구를 일축했던 것과 대비하면 이날 사과 메시지는 전향적인 태도 변화라는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에서 당 쇄신안 등을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지선 패배 위기감으로 노선 변화와 보수 연대를 촉구해온 현직 광역단체장들도 장 대표의 쇄신안 발표에 한숨을 돌린 모습이다. 오 시장에 이어 박형준 부산시장도 “장 대표의 고심 어린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며 “이제는 ‘흩어지면 죽고 뭉치면 산다’는 정신으로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호응했다. 이날 “이기는 선거를 위해 폭넓게 정치연대도 펼쳐나가겠다”고 선언한 장 대표는 기자회견에 개혁신당의 상징색인 주황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하기도 했다. 자강론을 고집하며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시기상조”라고 선을 긋던 장 대표가 보수진영 내 연대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다만 개혁신당 이동훈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장 대표의 계엄 사과에 대해 “중요한 것은 말 이후의 행동”이라며 “사과는 출발선이지 면죄부가 아니다”라고 했다.
여당은 장 대표의 사과에 대해 “철 지난 사과”라고 혹평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끝끝내 (계엄을)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 정도로 치부하며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윤석열, 김건희와의 절연도 없었다”며 “국민의힘이 국민 신뢰를 진정 회복하고 싶으면 진심과 실천으로 보여달라”고 말했다. 같은당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국민의힘 당명 개정 선언을 두고 “노골적인 정치적 세탁 시도”라고 꼬집었다.
이지안·변세현·이도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