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 개막을 하루 앞둔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에서 열린 현대차그룹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시제품이 손인사하고 있다. 뉴스1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6 현대차 미디어 데이. 전 세계 취재진의 시선이 집중된 무대 위에 등장한 것은 신형 전기차가 아니었다. 성인 남성 키(170cm)만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였다.
아틀라스는 사람처럼 부드럽게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와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촉각 센서가 탑재된 손가락으로 바닥의 물건을 정교하게 집어 올리고, 360도 회전하는 관절을 이용해 선반 위 물건을 정리하는 시연을 선보였다. 배터리가 떨어지자 스스로 충전소로 걸어가 전원을 연결하는 모습에선 ‘기계’가 아닌 ‘지능형 노동자’의 실체가 느껴졌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를 작년 10월 서울의 한 치킨집에서 이뤄진 정의선 현대차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이른바 ‘깐부 회동’ 이후 나온 첫 번째 결과물로 보고 있다.
당시 세 거두는 AI와 모빌리티의 결합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CES에서 그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났다. 현대차의 아틀라스는 엔비디아가 이날 공개한 자율주행 및 추론 AI 플랫폼 ‘알파마요(Alpamayo)’를 두뇌로 삼고, 삼성전자의 차세대 AI 반도체를 탑재해 완성됐다.
아틀라스의 스펙은 가히 ‘슈퍼 노동자’급이다. 50kg의 하중을 견디며 영하 20도의 혹한부터 영상 40도의 가마솥더위까지 쉼 없이 일할 수 있다. 현대차는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아틀라스를 전격 배치하고, 연간 3만 대 규모의 로봇 양산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공정 자동화를 넘어, 현대차가 ‘자동차 제조사’에서 다른 기업의 AI 로봇까지 위탁 생산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파운드리’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번 발표는 투자에 민감한 3040 직장인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 이상 현대차를 단순한 완성차 업체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5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루에서 열린 엔비디아 CES 2026 라이브에서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한 금융투자 전문가는 “테슬라가 옵티머스로 로봇 시장을 흔들었다면, 현대차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기술력과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동맹을 통해 ‘실제로 돈을 버는 양산형 로봇’ 시장을 선점하려 하고 있다”며 “피지컬 AI 시장은 향후 10년 내 자율주행차 시장보다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의 이번 CES 무대는 자동차라는 바퀴 달린 상자를 넘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피지컬 AI’의 시대가 머지않았음을 전 세계에 알린 역사적 변곡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