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환율 안정화 조치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면서 달러 ‘사자’ 수요가 계속되고 있다.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연합 6일 세계일보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을 취합한 결과 전날 기준 691억7926만달러(약 99조9986억원)로 원화 환산 시 약 100조원에 육박했다. 지난달 말 671억9387만달러에서 19억8538만달러 증가한 것이다. 이 기간 평균환율(약 1441원)을 적용하면 3영업일 동안 약 2조8609억원어치 늘어난 셈이다. 5대 은행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10월 말 572억달러 수준까지 줄었다가 이후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12월 한 달 새 68억8170만달러(11.4%) 급증했는데, 이는 지난달 평균환율(약 1467원)을 적용하면 약 10조954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상승률은 이스라엘의 예멘 공습으로 달러 수요가 급증한 2024년 8월(10.3%)보다도 높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말에 결제대금 등 외화예금이 많이 들어오는데, 환율 불확실성이 있다 보니 달러를 환전하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으려는 기업과 개인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외주식 순매수 72% 급감에도…투자자금은 美에
지난달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 규모가 급감했지만, 투자 자금은 여전히 미국 시장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투자 자금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초단기 국채 같은 달러 자산을 유지한 채 관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6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개인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 결제액이 15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월(55억2000만달러) 대비 72% 급감한 수치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자금은 국내로 복귀하기보다 미국 내 현금성 자산을 택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종목별 매매 동향을 보면 반도체지수 상승분의 3배를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SOXL)’와 테슬라 등 고변동성 종목은 대거 순매도한 반면, 현금성 자산인 ‘미국 3개월 이하 국채 ETF’에는 2억3000만달러가 유입됐다. 국제금융센터 이다영 연구원은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단기 현금성 자산 확보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런 달러 선호 현상은 해외 자금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려는 정부 정책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고환율 방어 차원에서 해외주식 마케팅을 제한하고 국내 증시 복귀 시 세제 혜택을 부여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투자자들의 선택은 원화 환전이 아닌 달러 유지를 택한 것이다. 실제 12월 해외주식 보관잔액은 1736억달러로 전월보다 24억달러 늘었고, 해외채권 투자는 37개월 연속 매수 우위를 기록하며 해외 잔류 경향을 보였다.
4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 원달러 환율이 1440원 대에 거래되고 있다. 뉴시스 ◆환율 급등하자 외환보유액 동원…지난달 26억달러↓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7개월 만에 감소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위협할 정도로 급등하자 외환당국이 안정화 대책으로 달러를 매도한 영향이다.
6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280억5000만달러(약 618조원)로, 전월보다 26억달러 감소했다.
5월 말(4046억달러)부터 11월 말(4306억6000만달러)까지 여섯 달 연속 늘다가 7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국채·회사채 등 유가증권(3711억2000만달러)이 82억2000만달러 축소되며 외환보유액 감소를 주도했다.
한은 관계자는 “분기 말 효과에 따른 금융기관 외화예수금, 기타통화 외화 자산의 미국 달러 환산액이 증가했지만,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조치는 감소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사상 첫 4500선 돌파…삼전·하이닉스도 신고가
새해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탄 코스피가 사상 처음 4500선을 돌파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장보다 67.96포인트(1.52%) 오른 4525.48에 장을 마쳤다. 개장 직후 차익실현 매물에 4400선 아래로 떨어졌다가 곧장 상승 전환해 오름폭을 키웠다. 전날까지 강한 매수세를 보인 외국인은 6180억원대, 기관도 660억원대 순매도했지만 개인이 5960억원대 매수 우위를 보이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시장은 오천피 달성을 기대하며 눈높이를 올리고 있다. 키움증권은 이날 지수 상단을 기존 4500에서 5200으로 조정했다. 유안타증권도 코스피 상단을 4600에서 5200으로 올려 잡았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도 2일 기준 역대 최고치인 89조5211억원을 기록해 추가 상승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강하고 빠른 실적 개선과 주당순이익(EPS) 상승세로 1분기 중 5000시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