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 D-30 ②] 롯데의 통 큰 투자…순백의 설원 위에 ‘희망’을 싹틔우다

글자 크기
[동계올림픽 D-30 ②] 롯데의 통 큰 투자…순백의 설원 위에 ‘희망’을 싹틔우다
사진=롯데스키앤스노보드팀 제공 불모지에서 꽃을 피우다.

한국은 오랫동안 ‘눈’과 큰 인연이 없었다. 동계 스포츠 대부분이 얼음에 맞춰져 있었다. 첫 동계올림픽 출전이었던 1948 생모리츠 대회부터 2022 베이징 대회까지 설상 종목에서 수확한 메달은 단 한 개뿐이다. 2018 평창 대회서 배추보이 이상호가 안방 이점을 살려 스노보드 알파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젠 다르다. 파란을 예고한다. 스노보드 이채운(경희대)과 최가온(세화여고)이 선봉장에 선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유력 금메달 후보다.

세계를 호령한다. 이채운은 2023년 조지아 바쿠리아니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세계선수권대회 스노보드 남자 하이파이프서 정상에 올랐다. 당시 16세10개월. 최연소 우승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지난해 2월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AG)에선 슬로프스타일 금메달을 신고했다. 여자부에선 최가온이 혜성처럼 나타났다. 2023년 1월 미국 X게임에서, 역대 최연소(만 14세3개월)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해 12월 나선 첫 월드컵에서도 여자 하이파이프 챔피언에 등극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열매가 아니다. 장기적 투자와 체계적 육성 전략이 기틀을 닦았다. 중심에 롯데가 있다. 체질 개선을 위해 앞장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4년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 회장을 맡은 것이 시작이다. 누적 투자액만 300억원이 넘는다. 최고의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썼다. 국내외 훈련, 최신식 장비 등을 지원하는 한편, 멘탈 트레이닝부터 외국어, 건강관리 등 맞춤형 교육도 제공했다. 포상금 제도를 만들어 동기부여를 자극하기도 했다.

사진=롯데스키앤스노보드팀 제공
유망주를 발굴하고 육성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신 회장은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강조해 왔다. 2022년 롯데 스키앤스노보드팀을 창단한 것이 대표적이다. 장래성 높은 유소년을 위주로 선수단을 구성, 체계적인 시스템을 가동했다. 각종 국제대회서 벌써 21개의 메달을 품었을 정도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팀 관계자는 “단순히 후원금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직접 발로 뛰는 것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롯데와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는 하얼빈 AG 때 중국 헤이룽장 야부리 지역(에 따로 베이스캠프를 구축한 바 있다.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로를 줄이는 동시에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피지컬 트레이너를 현장에 파견해 효율적으로 컨디션을 관리하도록 했다. 다가오는 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 이탈리아 현지에 베이스캠프를 마련해 가까이서 돕겠다는 방침이다.

위기 상황서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기도 했다. 최가온의 사연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2024년 초 스위스 월드컵에 출전했을 때다. 경기 도중 허리 부상을 입은 것. 급하게 현지에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 이를 전해들은 신 회장은 주저 없이 수술 및 치료비로 7000만원을 지원했다. 건강을 회복한 최가온은 이후 신 회장에게 직접 감사의 손 편지를 전달했다. 2025~2026시즌 FIS 스노보드 월드컵 여자 하이파이프 금메달로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입증하기도 했다.

시선은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으로 향한다. 자신감이 넘친다. 새 역사를 쓰고자 한다. 이채운, 최가온뿐만이 아니다. 유승은(용인성복고)은 지난달 14일 미국 콜로라도주 스팀보트 스프링스에서 열린 2025~2026 FIS 스노보드 월드컵 여자 빅에어에서 은메달을 땄다. 여자 빅에어 종목에서의 메달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승훈(한국체대)은 하얼빈 동계AG서 한국 선수 최초로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금메달을 자랑했다. 롯데는 앞으로도 설상 종목의 경쟁력 강화와 지속 가능한 선수 육성을 통해 한국 동계 스포츠의 저변 확대에 힘을 보탤 방침이다.

HOT 포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