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생산적(포용) 금융, 디지털 금융, 소비자 보호를 형식이 아닌 실질적으로 구현해나가는 데 집중하고자 합니다. "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7일 아시아경제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올해 중점 추진 과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2026년 민간 소비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지만,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외형 성장은 정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산업 전반에서도 업권별 차별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하나금융은 '생산적 금융'을 돌파구로 삼아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하반기 원·달러 환율 1380원 수준으로 하락 전망"
함 회장은 내년 세계 경제가 올해와 비슷한 3% 초반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주요국의 재정 지출 확대와 물가 안정에 힘입어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3.2%)와 유사한 3.1%로 전망한 바 있다"며 "관세 정책, 미국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등으로 미국 경제의 상대적 우위가 재차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함 회장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1% 후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최근 경제 심리가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정부의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가 더해지면서 내수 중심의 성장세가 기대된다"며 "다만 부문별로는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건설 투자는 5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설비 투자는 비(非) IT 부문의 부진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로 증가세가 둔화할 것"이라고 봤다.
원·달러 환율에 대해서는 하반기 1380원 전후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함 회장은 "Fed의 금리 인하 기조는 이어지겠지만, 우리나라의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한미 금리 격차가 축소되며 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정부가 추진 중인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노력,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에 따른 자금 유입 등으로 국내 투자자의 국내 증시 회귀와 외국인 자금 유입이 확대되면서 외환시장 안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수출 회복으로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강화되는 점 역시 원화 강세 요인으로 꼽았다.
올해 키워드 생산적(포용) 금융·디지털·소비자 보호…"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
하나금융그룹은 올해 경영 화두로 ▲생산적(포용) 금융 ▲디지털 금융 ▲소비자 보호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그룹의 체질과 실행 방식을 전반적으로 재정비하고,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함 회장은 "투자 기반의 생산적 금융 리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실물 경제 전반에 필요한 자금이 적시에 공급될 수 있도록 금융 체계를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며 "부동산·담보 중심 금융에서 전략 산업, 혁신 기업, 지역 균형 발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금융의 중심축을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취약계층과 함께하는 동반 성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금융 접근성이 낮은 계층을 위한 지원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금융의 근간인 신뢰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소비자 보호 혁신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디지털 분야와 관련해서는 "AI와 가상자산을 중심으로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주도할 수 있도록 디지털 금융 역량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라며 "기술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디지털 전환의 속도와 완성도를 동시에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규모보다 내실" 비이자수익·비은행 강화로 중장기 성장 기반 구축
함 회장은 "2026년 금융 환경은 결코 단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럴수록 규모 확장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해야 하며, 본업 경쟁력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도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하나금융그룹은 차주의 상환 능력을 충실히 반영한 심사 기준을 바탕으로 선별적 영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아울러 금융 환경 변동성을 고려해 고정금리 상품과 장기 분할 상환 상품 등 건전성에 기여하는 상품 비중도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함 회장은 "본업 내실 강화와 구조적 전환을 두 축으로 삼아, 올해는 안정적인 이익 창출과 함께 미래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겠다"며 "이를 위해 단순한 규모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M&A)은 지양하고, 자산관리(WM) 비즈니스 고도화와 시니어 자산관리, 연금·신탁 등 하나금융의 강점을 중심으로 수익 기반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환 비즈니스 강화를 통해 손님 기반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비은행 부문에서는 증권 부문의 경우 증시 활성화 정책에 발맞춰 국내외 증권 중개 수수료 확대를 추진한다. IB 부문에서는 전략 산업과 인프라를 중심으로 생산적 금융과 모험 자본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인수 금융과 채권·주식 발행 등 본업 경쟁력도 지속적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카드 부문에서는 신용 판매 확대와 함께 운영 비용의 효율적 관리를 통해 수익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함 회장은 "업권별 차이는 있겠지만 '선택과 집중'이라는 원칙 아래 비은행 부문의 경쟁력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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