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형마트는 한 달에 2회 의무적으로 휴업일을 가져야 한다.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보호 명목으로 정부가 유통산업발전법을 통해 규제하면서다. 다만 현행법은 원칙적으로는 의무 휴업일을 공휴일로 하되 평일로 정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놨다. 그런데 22대 국회 들어 대형 점포에 대한 규제를 더 강화하는 법안이 계속 발의되고 있다. 무조건 공휴일에 문을 닫도록 강제하고, 의무휴업일 대상에 백화점과 면세점도 포함하라는 내용이다.
유통업계에선 이미 시장 주도권이 쿠팡과 같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로 넘어간 상황에서 단지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이중 규제를 가하는 건 현실을 외면한 탁상 입법이란 성토가 나온다.
사진=뉴시스 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기업 활동과 연관성 높은 12개 법률을 기준으로 제22대 국회 출범(2024년 5월30일) 이후 2025년 12월31일까지 발의된 1021개 법안을 전수 조사한 결과, 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는 법안이 149건 발의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법,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공정거래법, 중견기업법, 금융지주회사법, 금융복합기업집단법, 유통산업발전법, 상생협력법,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조세특례제한법 12개 법안에 이미 343건의 규제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22대 국회 출범 19개월 만에 149건이 추가 발의된 것이다.
이번 국회에서 발의된 차등 규제는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규제가 늘어나는 ‘규제 증가 유형’과 규모가 커지면 각종 혜택을 줄이는 ‘혜택 축소 유형’으로 구분된다.
기업 규모별 차등규제가 가장 많이 신설된 법률은 상법으로,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에만 전자주주총회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 등 지배구조·의사결정 관련 의무를 추가로 부과하는 내용이 집중적으로 발의됐다.
또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은 기업의 연구개발(R&D), 시설투자, 특정 기술개발 등에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할 때 대기업·중견기업·중소기업 간 공제율에 차등을 두거나 대기업을 배제하고 있는데, 글로벌 경쟁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주체는 대기업인데 정부가 족쇄를 채우고 있다는 것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글로벌 기술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규제와 혜택을 나누는 방식은 더 이상 효과적인 정책 수단이 아니다”며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제도 패러다임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