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때 미리 사놓자”… 달러 예금·보험 가파른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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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때 미리 사놓자”… 달러 예금·보험 가파른 상승
좀처럼 꺾이지 않는 고환율 정부 안정화 조치에도 수요 증가세 5대 시중은행 달러예금 100조 육박 2026년 3영업일 동안 2.8조나 늘어나 환율 상승 전망 달러보험 판매 급증 2025년 누적 1.7조… 전년의 2배 가까워 “2026년 환율 1400원대… 하반기 진정” 전망
직장인 남모(29)씨는 최근 한 핀테크 앱에서 달러를 사 모으기 시작했다. 남씨는 “환율이 1440원대로 떨어졌지만, 작년처럼 언제 1500원대로 올라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저렴할 때 미리 사 놓자는 생각이 들어서 샀다”고 말했다.

정부의 환율 안정화 조치에도 원·달러 환율 상승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면서 달러 ‘사자’ 수요도 계속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 달러예금은 올해 들어 3영업일 만에 3조원 가까이 늘었고, 은행권 달러보험도 환차익 기대에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사진=뉴시스 6일 세계일보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을 취합한 결과 전날 기준 691억7926만달러(약 99조9986억원)로 원화 환산 시 약 100조원에 육박했다. 지난달 말 671억9387만달러에서 19억8538만달러 증가한 것이다. 이 기간 평균환율(약 1441원)을 적용하면 3영업일 동안 약 2조8609억원어치 늘어난 셈이다.

5대 은행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 10월 말 572억달러 수준까지 줄었다가 이후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 12월 한 달 새 68억8170만달러(11.4%) 급증했는데, 이는 지난달 평균환율(약 1467원)을 적용하면 약 10조954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상승률은 이스라엘의 예멘 공습으로 달러 수요가 급증한 2024년 8월(10.3%)보다도 높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연말에 결제대금 등 외화예금이 많이 들어오는데, 환율 불확실성이 있다 보니 달러를 환전하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으려는 기업과 개인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들이 환율 상승을 우려하면서 보험료 납입·수령이 외화로 이뤄지는 ‘달러보험’ 판매량도 급증했다. 지난해 5대 은행의 달러보험 누적 판매액은 총 1조7292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해인 2024년 전체 판매액(9613억원)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시중은행에서 방카슈랑스 형태로 판매되는 달러보험은 2022년까지만 해도 판매액이 1659억원(당시 NH농협은행 미판매)에 그쳤지만 2023년 5667억원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달러보험은 10년 이상 유지 시 환차익에 대한 과세가 없어 주목받고 있다”면서도 “보통 5∼10년 이상 보험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단기 환테크에는 부적합하고, 중도 해지 시 큰 손실을 볼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7원 오른 1445.5원(오후 3시30분 기준)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98대로 한 달 전보다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환율이 나흘째 종가 기준 1440원대를 유지하는 것은 달러 저가 매수세가 여전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증시와 원화 연계성 약화,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달러) 저가 매수세가 환율 하단을 지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연말 1500원을 위협했던 원·달러 환율은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개입과 안정화 대책 발표에 1440원 턱밑에서 마감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거주자들의 해외 투자 지속 등으로 인해 올해 1400원대 고환율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에 무게가 실린다. JP모건을 비롯한 주요 해외 투자은행(IB) 12곳이 전망한 연간 평균 환율은 1424원으로 나타났다. 향후 3개월 평균 전망치는 1440원, 6개월은 1426원 수준으로 하반기에야 환율이 진정세를 보일 전망이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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