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에 5대 그룹 총수를 비롯한 대규모 경제사절단이 동행하면서 한·중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다. 전략적 자율성을 강조하는 현 정부 기조에 따라 미·중 경쟁 속 실리를 도모하는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5일 재계에 따르면 한·중은 제조업 공급망과 소비재 신시장 협력, 서비스·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추진할 전망이다. 대규모 방중 경제사절단이 꾸려진 건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회의로 중국을 방문했던 2019년 12월 이후 6년여 만이다.
회장들의 대화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5일 베이징 댜오위타이(조어대)에서 열린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포럼 종료 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뉴시스 우리 기업들은 중국 방문에서 공급망 안정과 신사업 협력 방안을 중점적으로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공급을 확대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공장, 반도체 후공정(패키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우시에 D램 공장, 충칭에 낸드 패키징 공장, 다롄에 낸드 공장을 운영 중이다. 최근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중국 내 한국 반도체 공장을 대상으로 미국산 장비 반입 규제를 완화하면서 경영 불확실성도 일부 줄어들었다. 이번 방중이 중국과 미래 산업 분야에서의 협력을 확대하는 기회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중국은 한국과 함께 AI 모든 산업을 아우르는 ‘풀스택’ 역량을 갖추고 있다. 양국 모두 제조 강국으로 많은 양의 제조 데이터를 갖고 있어 피지컬 AI 기술을 선도할 대표 국가로도 꼽힌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날 한·중 비즈니스 포럼 개회사에서 “(지금은) 한·중 관계가 전면적으로 복원되는 아주 중요한 전환점으로 한·중 경제협력에 대한 경제인들의 기대와 의지가 얼마나 큰지 실감하고 있다”며 “흔히 한·중 관계의 방향을 논할 때 ‘작은 차이는 존중하되 공통의 목표와 이익을 우선적으로 모색하자’는 ‘구동존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두 나라 경제인들이 서로의 차이를 넘어서 좋은 성장의 실마리를 함께 찾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포럼에서 “중국에서 판매량과 생산량이 많이 떨어졌지만 겸손한 자세로 생산 판매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최근 현지 전용 전기차 ‘일렉시오’를 출시하고 중국 현지 공장을 수출기지로 바꾸는 등 사업을 정비하고 있다.
이번 경제사절단에는 CJ그룹과 SM엔터테인먼트 등 ‘한한령’(한류 제한 조치) 완화 시 혜택을 보는 유통·콘텐츠 분야 기업들도 대거 포함돼 문화·콘텐츠 교류가 다시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도 엿보인다. 다만 장기간 이어진 한한령 영향과 미·중 갈등이 쉽게 누그러질 기미가 안 보인다는 점에서 한·중 협력이 재개되더라도 이전처럼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