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베네수엘라 개입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체포되면서 중남미 정세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은 정면 대응을 피하고 신중한 관망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5일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베이징이 새로운 지정학적 구도 속에서 인내심을 갖고 장기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보니 글레이저 독일 마셜펀드 부회장은 "베이징은 미국의 조치를 비난하겠지만, 그 이상으로 나설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며 "베네수엘라는 중국의 핵심 이익에 해당하지 않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상을 복잡하게 만들 행동에 나설 경우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러한 전략이 합리적이라고 보고 있다. 베네수엘라의 차기 권력 구도와 미국의 통치 개입 수준, 향후 정부 형태, 야권의 역할 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섣불리 움직일 경우 오히려 리스크만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분석가들은 중국이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다자무대에서 중국을 '책임 있는 국가'로 포지셔닝하려는 기존 전략과 맞닿아 있다고 SCMP는 해석했다.
글레이저 부회장은 중국이 이번 사태를 활용해 미국을 '불량 행위자'로 대비시키려 할 것이라며 "중국은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고 타국 내정에 개입하지 않는 법치 국가로 부각하려 할 것"이라고 봤다.
브라질 등 일부 중남미 국가들의 불안감을 활용해 반(反)트럼프 정서를 확대하려는 시도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러미 챈 유라시아그룹 선임 분석가는 "실질적인 국제 공조가 형성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새 베네수엘라 정권이 들어설 경우 중국이 오히려 더 안정적인 환경을 맞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라파엘 치 시그넘 글로벌 파트너는 "거래 중심적이고 미국에 비교적 유화적인 성향의 델시 로드리게스 정부가 출범할 경우, 과거 유조선에 대한 표적 공격이 이어졌던 시기보다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은 작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이 최근 몇 년간 베네수엘라에서 이미 발을 상당 부분 뺐다는 점도 지적했다. 경제 침체와 원유 생산 약화로 정권의 국내 인기가 떨어진 상황에서, 베네수엘라는 정치적으로나 전략적으로 개입할 만한 대상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중남미 전략을 분명히 드러낸 조치로 보는 시각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공개한 국가안보전략에서 1823년 먼로 독트린을 현대적으로 확장한 이른바 '트럼프 보완 원칙(Trump corollary)'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독트린을 업데이트하며, 미주 대륙을 미국의 영향권으로 인식할 것을 글로벌 강대국들에 요구하는 동시에 미국이 '세계의 경찰' 역할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중국이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커지고, 유럽과 경우에 따라 러시아 역시 유럽에서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생길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SCMP는 분석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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