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측에서 그린란드 섬에 대한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자 덴마크 정부가 정색을 한 채 미국에 “위협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가 2기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얻기 위해 무력 사용도 불사할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미군의 전격적인 베네수엘라 침공이 단행되자 덴마크는 잔뜩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이 그린란드를 점령할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전혀 말이 안 된다”며 “미국은 덴마크 왕국의 세 나라(three nations in the Danish kingdom) 중 어느 나라도 합병할 권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덴마크 헌법에 따라 그냥 ‘덴마크’는 북유럽의 덴마크 본토를, ‘덴마크 왕국’은 덴마크 본토와 그린란드 그리고 페로 제도의 세 영역을 뜻한다. 페로 제도는 영국과 아이슬란드 사이 바다에 있는 작은 섬들로, 19세기 이래 국제사회의 공인 아래 덴마크가 지배하고 있다.
덴마크는 미국 중심의 군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고 이는 덴마크령 그린란드에도 적용된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이 점을 근거로 “그린란드는 나토의 일부로서 동맹국들로부터 안전 보장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린란드에 미 우주군 기지가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미군은 이미 안보 목적으로 그린란드에 접근할 권한을 부여받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그린란드가 러시아, 중국 등 적국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미국의 관여가 불가피하다’는 백악관 측 주장에 대해선 “덴마크 정부는 그린란드 등 북극 지역의 안보를 위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반박했다.
3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미군 특수부대 델타포스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 체포 작전 실황을 지켜보고 있다. 트럼프 왼쪽은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AP연합뉴스 얼마 전 트럼프 측근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비서실 부실장의 부인 케이티 밀러가 그린란드 지도와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합성한 이미지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했다. 케이티는 해당 이미지 아래에 ‘순(SOON)’이라고 적었는데, 마침 미군의 베네수엘라 침공 및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 체포 직후라 그린란드도 미국에의 병합이 임박한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지난해 말 트럼프는 공화당 출신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를 그린란드 특사에 임명하기도 했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